[박영웅의 드라마Q] 추락 '하이드 지킬, 나' 현빈의 외로운 독백만 있다

2015-02-06     박영웅 기자

[스포츠Q 박영웅 기자]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나'가 끝없는 시청률 추락을 맛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물 남자주인공으로 꼽히는 배우 현빈을 내세우고도 이런 결과를 만들고 있다.

6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일 방송된 '하이드 지킬, 나'는 5.3%(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같은 시간대 드라마 중 최하위 성적이다.

'하이드 지킬, 나'의 시청률 추락은 6회가 방송된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첫 방송 당시 8.6%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어느새 5%대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이 작품의 끝을 모르는 추락은 시청자들과 멀어지고 있는 드라마 내용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 현빈의 1인극이나 다름없는 '하이드 지킬, 나'

'하이드 지킬, 나'를 보고 있으면 현빈으로 시작해서 현빈으로 끝나는 드라마라는 생각만 남는다. 극 중에서 현빈은 '까칠한 남자 구서진'과 '로맨틱한 남자' 로빈을 둘 다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빈의 1인 2역 열연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런 시청자 반응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복잡하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때문이다.

극에서 주인공 '구서진'은 해리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 구서진의 내면에는 '로빈'이라는 인물이 함께 존재한다. 현빈은 구서진과 로빈의 두 인격체를 라이벌 관계처럼 규정하고 연기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상 큰 제약이 있다. 본래 구서진 속에 로빈이라는 다른 인물이 존재하는 만큼 같은 몸을 사용하고 있다. 두 인격체가 마주칠 일은 없다. 라이벌 연기가 쉽지 않다.

제작진은 이런 문제점 극복을 위해 두 인격체를 녹화프로그램을 통해 맞대면을 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구서진과 로빈의 모니터 대화 연기만으로는 시청자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두 인격체에 대한 속사정은 커녕 극 자체까지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현빈이 말하려는 '두 인격체의 라이벌 관계', '왜 두 인격체가 다퉈야 하는지' 등의 핵심 내용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작진과 현빈이, 두 인격체가 다르고 서로가 증오하는 관계를 알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니 사실상 드라마는 현빈의 '1인 연극' 같은 느낌이다.

만약 현빈이 구서진이라는 까칠한 남자를 맡고 다른 배우가 로빈 역을 소화했다면 시청자들은 좀 더 쉽게 공감을 느꼈을 것이다.

◆ '해리성 인격장애' 공감 얻기 힘든 어려운 소재

'해리성 인격장애'라는 생소한 느낌의 정신병 역시 일반 시청자들에게 어렵게 다가가고 있다.

해리성 인격장애는 주변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다중인격성' 정신병이다. 한 사람이 두 인격체를 가지고 다른 두 개의 삶을 산다는 내용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공감을 쉽게 얻기 힘들다. 이런 내용을 로맨틱 코미디물에 도입을 하자 극의 혼란만 키웠다.

요약하자면 이 작품은 '소재는 신선하지만, 공감은 부족한 드라마'다. 다만 공감을 얻기 힘든 정신병을 소재로 드라마를 만든 '시도'라는 부분 만큼은 평가받을 일이다.

결국 '하이드 지킬, 나'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로맨틱 코미디물의 대표 연기자인 현빈과 한지민이라는 뛰어난 배우들을 갖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해리성 인격장애에 대한 쉬운 설명과 현빈의 1인 2역 연기를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극 중 장치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마련해야 한다.

아직 극이 중반도 넘지 않은 시점인 만큼 반등의 기회는 분명히 있다. '하이드 지킬, 나'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dxhero@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