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유일한 토종 선발' 양현종, 승리 대신 챙긴 자존심

LG전 6이닝 무실점 호투…시즌 개막전 유일한 토종 선발로 이름값

2015-03-28     박상현 기자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역시 '좌완 에이스'다웠다. 양현종(27·KIA)이 올시즌 개막전에서 유일한 토종 선발투수로 이름값을 해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무실점 호투만으로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지 못한 한을 풀었다.

양현종은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LG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동안 안타 5개와 볼넷 4개를 내줬지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무실점 호투했다.

이날 양현종은 6회초까지 98개의 공을 던졌지만 상대 선발투수 헨리 소사(31)와 팽팽한 선발 맞대결을 벌이면서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이날 승리를 챙긴 투수는 7회초에 나와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7회말 타선이 3점을 뽑아줘 승리 요건을 갖췄던 임준섭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만으로도 김기태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물론 최용규-강한울 키스톤 콤비와 야수의 호수비 덕분이기도 했지만 양현종은 LG 타선을 맞아 최고 시속 147km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무실점 호투했다.

양현종은 경기 초반에 다소 몸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1회초 첫 타자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준 뒤 1사 1루 상황에서 박용택에게 유격수 방면 타구를 허용했다. 그러나 유격수 강한울의 호수비로 아웃 카운트를 늘려 더이상 위기를 자초하지 않았다.

양현종은 이후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와 함께 투구수도 급격하게 불어났다.

2회초에는 최경철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 2루 주자 정의윤이 홈까지 파고 드는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중견수 김원섭의 빨랫줄 송구로 이닝을 마쳤고 3회초에는 손주인에게 볼넷, 오지환에게 2루타를 맞고 무사 2, 3루의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정성훈을 2루수 뜬 공으로 처리한 뒤 박용택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최승준의 타구는 3루수 이범호에게 직선으로 날아가 잡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4회초에도 이병규(9번)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채은성을 유격수 앞 땅볼 더블플레이로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5회초 1사 2루 상황에서는 오지환의 타구가 1루수 직선으로 날아가 더블플레이가 됐다.  6회초 역시 안타와 볼넷으로 1, 2루 위기를 맞았지만 정의윤의 타구가 유격수 앞 더블플레이가 됐다.

무려 3개의 더블플레이가 나오면서 양현종은 잦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이는 7회말 KIA가 3점을 뽑으며 이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개막전에서 무실점 호투를 한 선발은 삼성 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와 양현종 뿐이었다. 소사와 선발 맞대결에서는 6이닝까지 모두 무실점하며 비겼지만 결과적으로 판정승을 거둔 격이 됐다.

KIA는 올시즌 마운드의 부실과 2루수, 유격수, 중견수가 모두 빠져나가며 센터라인까지 무너졌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중하위권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양현종은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개막전 승리를 이뤄낸 김기태 KIA 감독은 "타선과 마운드의 조화가 잘 이뤄진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현종을 시작으로 임준섭, 최영필, 심동섭, 윤석민으로 이어지는 필승라인이 가동돼 거둔 값진 승리다.

에이스의 진면목을 보여준 양현종이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는 KIA의 버팀목이 된다면 그의 주가는 더 올라갈 수 있다. KIA가 예상대로 중하위권으로 처지느냐, 다크호스로 올시즌 돌풍의 핵이 되느냐는 양현종의 어깨에 달려 있다.

tankpark@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