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포커스] '눈물'이 담긴 수지의 노래

2015-04-14     최대성 기자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영원은 없다. 사랑은 없다. 그댄 내게 가르치고 떠났다.'

무거운 피아노 소리가 텅 빈 차 안을 가득 채우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비수 같은 첫 음을 토해낸다. 갑작스런 울림은 묵은 먼지를 방황케 했고 이내 듣는 이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다. 깔깔거리며 차 옆을 지나는 학생들의 실루엣이 너무나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먼지처럼 차 안을 떠돌았다.

늦은 오후 햇살이 차창을 스밀 무렵, 무료함을 달래려 틀었던 아가싱즈의 노래 '없다'는 방과 후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나를 격리시켰다. '어떻게 이리도 아플 수 있을까?' 가사와 선율에 한스러움이 묻혀 있었다. 그렇게 몇 곡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일찍 오셨네요~"

단발의 미인이 차창을 두드리며 웃는다. 인터뷰 주인공인 아가싱즈의 안수지 씨였다. 아가싱즈는 남녀 혼성 듀엣 밴드로 보컬과 작사, 작곡을 맡은 안수지와 연주와 작사, 작곡을 맡은 한희준으로 구성된 인디밴드다.

안수지는 2004년 바나나걸로 활동할 당시 '엉덩이'라는 히트곡을 부른 가수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댄스가 아닌 재즈스러운 느낌의 1집 앨범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를 최근 발매했다.

그를 따라 지하방에 들어서니 한기가 온몸을 감쌌다. 며칠간 작업실을 비운 탓에 엉망이라며 일찍 온 나를 난처하게 바라본다. 이에 어색함을 달래고자 인사랍시고 대뜸 감상평을 늘어놨다.

"기다리면서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싱긋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내는 안수지의 첫인상은 밝으면서도 차분했다. 짧은 통성명이 끝나고 인터뷰 촬영을 시작했다. 악기나 집기들이 전혀 정리가 안된 탓에 불을 끄기로 했다. 모든 잡다함을 어둠 속에 묻어버렸다. 핸드폰의 플래시 어플을 이용해 얼굴을 비춰보니 그런대로 훌륭한 핀 조명이 되었다.

"노래 한 곡 부탁 드립니다."

시작과 동시에 노래에 빠진 그를 바라보며 감정이 일치됐다고 느껴질 때마다 셔터를 눌렀다. 허스키 하면서도 끈끈한 보이스가 컴컴한 녹음실을 가득 채웠다. 감정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를 카메라에 담은 후 촬영을 종료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만든 노래가 '없다'라는 노래예요."

이어진 인터뷰에서 궁금했던 노래의 사연을 듣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을 때 겪게 되는 아프고 복잡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때의 마음을 노래에 담았으니 슬플 수 밖에 없다. 안수지는 그렇게 노래를 통해 아픔을 이겨낸 것이다.

"항상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생각하며 살아야 해요."

말기 암 환자들의 병실은 일부러 들여다 보기도 미안한 공간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연히 보게 된 병실에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웃음 소리가 가득 차 있었다. 아주 오래전 목격한, 삶의 마지막을 인정한 사람들의 표정은 그렇게도 밝을 수 없었다.

아버지를 통해 '죽음'을 알게 된 안수지의 표정이 그러했다. '그래서 남은 시간이 더 소중한 거예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죽기 전에 정말, 내가 만족 할 만한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 듣게 된 음악에 대한 그녀의 목표는 이렇듯 단호했다. 다른 어떤 것에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이 길만 가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하고 싶은 것에 남은 삶을 걸겠다는 안수지를 응원한다.

dpdaesung@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