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구 화끈한 부활, '부성애 토스' 기적은 '현제' 진행형 [KSL 8강]

2019-05-24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총사령관’ 송병구(31·Stork)가 완벽히 부활했다.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책임감을 안고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몸소 입증해냈다.

송병구는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VSG 아레나에서 열린 ‘괴수’ 도재욱(30·Best)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KSL) 시즌3 8강 A조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16강 패자전부터 9연승. 무서운 기세로 2010년 박카스 스타리그(준우승) 이후 8년 4개월 만에 공식대회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4강에선 변현제(Mini)를 만나 다시 한 번 프로토스전을 통해 결승 진출을 노린다.

 

 

김택용(프로토스), 이영호(테란), 이제동(저그)와 함께 ‘택뱅리쌍’의 한축을 이뤘던 송병구지만 프로 시대가 저물고 전 프로 출신 스트리머들의 대결이 된 이후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8년 이후엔 승률이 46.4%(13승 15패)까지 떨어졌는데, 특히 프로토스전에서는 7승 13패, 35%의 부진을 보였다. 그렇기에 현 프로토스 최강자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도재욱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송병구는 스스로도 경기 전 “네임밸류만 봤을 때 ‘핫’한 선수만 만났다. 도재욱도 그 중 하나”라며 “이긴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 지더라도 허무하지 않게,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표현하자. 많은 선수 속에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감사했고 승리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그러나 팬들의 기대치는 달랐다. 16강에서 정윤종(RAIN·프로토스)에게 0-3으로 져 아쉬움을 자아냈지만 이후 반전 드라마를 써냈다. ‘폭군’ 이제동(저그)와 ‘알파고’ 김성현(테란)을 모두 3-0으로 완파하며 총사령관의 귀환을 알렸다.

특히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로 ‘알파고’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김성현을 상대로 캐리어와 리버를 활용한 완벽한 플레이로 전성기 때 송병구를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으며 ‘무결점 총사령관’의 귀환을 알렸다.

메두사에서 시작된 1경기 송병구는 3시, 도재욱은 6시에 자리를 잡았다. 메두사는 송병구에게 기분 좋은 기억이 있는 맵이다. 2008년 OSL(온게임넷스타리그) 4강 2세트 메두사에서 프로토스전 14연승을 달리던 도재욱을 잡아냈었기 때문.

 

 

한 타이밍 빠르게 4시에 멀티를 마련한 송병구는 질럿 1기와 드라군 7기로 드라군만 1기 많은 상황에서 꼼꼼한 컨트롤로 이득을 봤다. 도재욱의 드라군을 최대한 줄여놓은 송병구는 멀티 활성화를 통해 압도적 물량을 뽑아내며 중앙 전투에서 완승을 거두고 도재욱에게 ‘GG(경기 포기)’를 받아냈다.

2경기 맵은 크로스게임. 기선제압을 한 송병구(7시)는 빠른 프로브 정찰 이후 상대(1시) 적진에 전진 게이트를 감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프로브 움직임에 발각됐지만 빠르게 뽑은 질럿 2기를 통해 프로브를 4기나 사냥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프로브를 잡아내며 도재욱을 흔들었다.

도재욱의 멘털을 흔들면서 본진에서 준비한 건 다크템플러. 상대 옵저버의 움직임을 피해 적진으로 달린 다크템플러 2기는 드라군과 질럿, 프로브까지 총 8킬을 합작했다.

이후 둘은 물량을 대량 생산하며 힘을 키웠지만 템플러 아카이브를 활용해 하이템플러까지 조합한 송병구가 사이오닉 스톰을 통해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며 다시 한 번 GG를 받아냈다. 해설진은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송병구의 플레이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거칠 것이 없었다. 투혼에서 열린 3경기에서 1게이트 이후 빠르게 앞마당 멀티를 가져가는 강수를 둔 송병구는 도재욱에게 멀티를 들키지 않은 가운데 자원의 여유를 바탕으로 물량의 우위를 점했다.

2승의 여유를 업은 송병구는 과감하면서도 침착했다. 급하게 달려들지 않고 상대를 본진에만 묶어두면서 서서히 승리를 굳혀갔다.

 

 

반대로 도재욱은 속도 업그레이드 셔틀과 리버 조합으로 반전을 노려봤지만 지나치게 안정적인 운영만을 펼쳤고 실수까지 겹쳤다. 드롭 공격에 대비한 송병구의 꼼꼼한 드라군 배치로 인해 셔틀 2기가 공중 격파됐고 결국 백기 투항했다.

경기력 하락에 더해 연습시간도 부족했다. 지난 4월 BJ이자 아내인 지유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 준후 군의 육아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 더구나 이날은 준후 군이 39도에 이르는 고열로 병원에 다녀온 상황. 걱정이 큰 상황이었지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위해 더욱 힘을 냈고 놀라운 부활을 이뤄낼 수 있었다.

경기를 마친 송병구는 “너무 좋다. 16강 첫 경기 졌지만 4강 진출하까지 현역 때도 어려웠던 9연승을 거뒀다”며 “실력적으론 계속 아래에 있었는데 9연승을 하니까 폼이 올라왔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기뻐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현역 막바지엔 실력적으로 자신감은 있음에도 쟁쟁한 선수들이 있어 4강이 높아보였다. 더구나 방송하면서는 아예 못 올라갈 산이라고 생각했기에 (4강에) 올라오니 정말 좋다. 방송 2년 반 하면서 기회를 처음 잡았는데 결승에 꼭 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4강 상대는 이날 ‘사신테란’ 김태영(Ample·테란)을 3-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한 ‘저승사자’ 변현제(프로토스). 다시 한 번 치르게 된 프로토스간 경기에서도 송병구가 연이어 기적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기대감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