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걸작품' 박동진, 여전히 성장 중인 FC서울 신무기 [SQ초점]

2019-08-02     안호근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직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익숙지 않은 것일까. FC서울에서 수비수가 아닌 공격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박동진(25)은 골을 넣고도 고개를 숙였다.

박동진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24라운드 대구FC전에서 팀의 2번째 골을 장식하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21경기에서 6골 3도움. 공격포인트 전체 공동 11위, 서울에선 박주영(7골 5도움) 다음으로 공격에 많은 기여를 한 선수로 이름을 올린 박동진이다.

 

 

이날 출전 과정엔 사연이 있었다. 당초 최용수 감독은 “박동진이 지쳐보인다”며 조영욱을 대신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조영욱이 전반 11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고 박동진이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상태에서 투입됐다.

경기 후 만난 박동진은 “초반에 힘들었는데 빨리 적응해서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고 답했다.

 

 

박동진은 박주영과 고요한, 알리바예프, 오스마르 등과 호흡하며 끊임없이 수비 뒷공간을 노렸고 때론 전방에서 공을 지켜냈다. 드리블과 퍼스트 터치 등에선 아직 다소 섬세함이 부족해보이기도 했지만 투지와 활동력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익숙지 않은 자리에서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출전했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스타일로 인해 지칠 법 했다. 하지만 박동진은 “안 힘든 선수는 없다. 우리 선수들 다 지치고 힘든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경기력이 안 나오고 못 뛴다는 건 핑계다. (박)주영이 형이나 (고)요한이 형이 더 힘들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 할 순 없다”고 밝혔다.

박동진의 활약을 지켜본 최용수 감독은 “박동진은 더 분발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며 더욱 거세게 채찍을 가했다.

 

 

그럴만도 한 게 박동진을 공격수로 변신시킨 게 최용수 감독이기 때문. 그는 “1 2차 캠프에서 박동진을 공격수로 바꾸는 건 도박이었다. 나도 장담할 수 없었다”면서도 “출전 시간이 늘어나며 가진 장점이 나왔다. 보이지 않는 숨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홈에서 많은 득점을 해주고 있다. 세기만 다듬으면 아주 좋은 물건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클 법도 하지만 박동진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골이나 공격포인트는 생각하지 않는다. 주영이 형과 요한이 형 등을 도와주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형들의 존재가 조금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고 내가 하는 것의 70~80%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최용수 감독의 말처럼 아직은 더 다듬어야 할 원석이고 만족하지 않고 성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예상 외 성적에 우쭐할 법도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있었다. 박동진의 남은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