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기록 '어이가 없네~'

2019-08-12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류현진(32·LA 다저스)의 기록은 비현실적이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19 메이저리그(MLB) 개인 22번째 등판일정을 7이닝 무실점으로 마쳐 1.53이던 시즌 평균자책점(방어율)을 1.45로 내렸다.

현재의 미국프로야구는 공인구 변화로 홈런의 시대로 불린다.

역대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홈런이 되지 말아야 할 공이 홈런이 되는 장면을 많이 봤다”고 주장했다.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애스트로스) 역시 “올해 사용되는 공은 100% 조작됐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게나 투수들이 고생하는 환경에서 류현진은 1점대 유지는 물론이요 1점대 초반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매 이닝 실점하지 않아야만 숫자가 0.01씩 내려가는,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거침없이 달성하고 있다.

류현진 평균자책점(방어율)은 정규리그 개막 후 선발 22경기 등판일정 기준 역대 5위다. 밥 깁슨(1968·0.96), 루이스 티안트(1968·1.25), 비다 블루(1971·1.42), 로저 클레멘스(2005·1.45) 다음이다. 라이브 볼 시대인 1920년 이후 기준.

라이브 볼 시대 단일 시즌 최저 평균자책점(방어율)은 단독 2위다. 밥 깁슨(1968·1.12)만이 류현진 위에 있다. 드와이트 구든(1985·1.53), 그렉 매덕스(1994·1.56), 루이스 티안트(1968·1.60)를 앞지른 ‘코리안 몬스터’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두 좌완투수 샌디 쿠팩스(1966·1.73)와 클레이튼 커쇼(2016년·1.69)를 넘을 기세로 진격하고 있다. 라이브 볼 시대 이전 나온 프랜차이즈 기록 루브 마쿼드(1916·1.58)마저 따돌릴 참이다.

홈인 다저스타디움 성적은 실소를 자아낸다. 11경기 77⅔이닝 평균자책점(방어율)이 0.81이다. 9승 무패. 그러니까 LA 다저스 원정을 와 류현진을 만나는 팀은 한 경기 1점을 못 낼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시즌 12승)로 한미 통산 150승도 달성했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2006~2012)에서 98승, 미국 MLB LA 다저스(2013~2019)에서 52승을 각각 올렸다.

MLB와 KBO의 통산 평균자책점(방어율)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놀랍다. KBO 190경기 1269이닝에서 2.80을 올렸던 류현진은 MLB 119경기 700⅓이닝에서 2.84를 기록 중이다.

MLB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거나 빅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를 오가는 선수들이 KBO 문을 두드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류현진은 요새 표현으로 ‘저 세상 레벨’에 있는 셈이다.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면 야구가 국기라는 일본도 배출하지 못한 아시아인(동양인) 최초의 사이영상 수상자로 우뚝 설 류현진이다.

맥스 슈어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이상 워싱턴 내셔널스),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 경쟁자 누구도 류현진이 난타당하지 않는 이상 추월은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되면 최동원, 선동열, 박찬호와의 역대 한국인 최고투수 논쟁도 의미가 없어진다. 세계에서 제일 야구 잘 하는 이들이 총집결한 메이저리그에서 공인받으면 류현진은 레전드 중에서도 한 급 높은 단계로 따로 분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