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르크메니스탄] '박지성 빙의' 손흥민이 잡은 중심, 나상호-정우영 '방점'

2019-09-11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공격에서 날카로움이 실종된 손흥민이었지만 주장으로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줬다. 자신 있는 포백 기반 ‘플랜 A’를 들고 나온 ‘벤투호’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첫 경기일정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10일(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2차예선 1차전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2-0으로 눌렀다.

익숙한 포백을 들고 나오자 조지아전보다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초반부터 좌우 풀백 김진수, 이용이 높게 전진하고 나상호, 이재성, 손흥민, 황의조가 활발하게 자리를 바꾸며 맹공을 가했다. 필요할 때 나온 골과 흔들릴 때 동료들의 멘탈을 잡아준 손흥민 덕에 값진 승점 3을 안고 다음 일정을 이어가게 됐다.

전반 13분 나상호가 첫 골을 뽑아냈다. A매치 8경기만의 데뷔골. 이용의 낮은 크로스가 수비 맞고 튀자 페널티박스 안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39분에 한국은 재차 골문을 열었다. 이용의 깊숙한 크로스가 반대편 김진수에게 연결됐다. 김진수가 침착히 빈 골문에 차 넣었지만 공이 팔에 맞는 바람에 무효가 됐다.

후반 들어 한국은 추가골에 대한 조급함 탓인지 공수에 걸쳐 집중력이 떨어졌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공격 빈도가 점차 늘었고 두 차례 빠른 역습으로 유효슛을 만들며 한국을 긴장시켰다.

답답했던 한국의 후반전 그래도 중심을 잡아준 건 주장 손흥민이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두 차례 역습을 직접 저지하더니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며 추가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후반 35분 손흥민이 얻은 기회를 정우영이 프리킥으로 적중시켰다. 페널티 박스 앞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 차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스코어가 벌어지자 손흥민은 공격 템포를 조절하며 직접 조율에 나섰다. 결국 한국이 장거리 원정경기에서 첫 승을 신고하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첫 단추를 잘 꿰는데 성공했다.

좌우 미드필더로 나선 나상호, 이재성은 왜 본인들이 벤투호에서 중용되는지 증명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과 정우영은 기성용을 대체할 만한 자원이 맞는지 다소간 의구심을 남긴 경기였다. 황의조는 경기 중후반 들어 자취를 감췄고, 경기 종료 10분 전 투입된 김신욱 활용방안 역시 아쉬웠다.

분명 공격 작업에서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그 속에서 리더로서 중심을 잡아준 손흥민의 품격이 빛난 경기였다. 상대 진영에서 수비 진영 페널티박스 앞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해 공을 탈취하는 장면은 흡사 ‘해버지’ 박지성을 연상시키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