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 SK와이번스, 김광현은 자부심을 언급했다 [SQ포커스]

2019-09-26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열광, 자부심 그리고 2019.

최강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의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다. 무엇보다 자부심이 눈에 띈다. 디펜딩 챔피언이라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페넌트레이스 내내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적합한 슬로건이 아닐 수 없다.

열광도 달성했다. 2019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를 찾은 총 관중은 98만2962명, 경기당 1만3652명이다. 잠실구장을 공동으로 쓰는 LG(엘지) 트윈스-두산 베어스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관중 1위를 달성할 기세다.
 


그렇게 순항하던 SK는 최근 크게도 흔들렸다. 우승 매직넘버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 그 사이 한참 밑에 있던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가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렇게 약한 1위를 본 적이 없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염경엽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됐다.

깊은 터널에서 김광현이 구세주로 나섰다. 그리고 잊고 있던 자부심을 언급했다.

김광현은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16승을 달성했다. SK의 6연패를 끊은 그는 “선두 자리에서 계속 잘 했다. 위기 없이 무난하게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 아무래도 선수들이 부담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간 워낙 잘 했기 때문에 이런 고민하고 팬들한테 질타 받는 것 같다. 좋게 생각하려 한다. 그렇게 많이 진 것 같은데도 우리가 1등이지 않나.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선수단을 다독였다.
 


SK의 우승반지 4개(2007~2008, 2010, 2018)를 전부 보유하고 있으니 김광현이 곧 SK의 역사다. 이뿐인가.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5 프리미어12 등 한국야구 최고의 순간을 숱하게 경험한 에이스 오브 에이스가 바로 김광현이다.

그는 “날씨가 시원해졌다”면서 “작년의 자신감이 있지 않느냐는 말들도 해주고 싶다”고 동료들을 다독였다. SK는 지난해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으나 한국시리즈에선 14.5경기 차로 앞서 있던 두산을 제압한 바 있다. 김광현이 ‘가을 DNA’를 강조한 이유다.

베테랑답게 김광현은 서진용, 김태훈 등 계투진도 격려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필승조로 맹활약했던 둘은 이달 들어 슬럼프에 빠졌다. 월간 평균자책점(방어율)이 김태훈은 8.44, 서진용은 5.14다.

김광현은 “우리 투수들이 워낙 잘 던져서 여기까지 왔다. 아직도 방어율이 1등 아닌가. 주눅들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어느 투수나 다 맞는다. 세계에서 제일 잘 던지는 선수도 홈런 맞고 안타 맞는다. 크게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많이 던졌기 때문에 힘들게 마련이다. 끝까지 추슬러서 잘했으면 좋겠다”며 “하고 싶은 대로 다 되면 야구가 아니다. 끝낼 때까지 힘내자. 남은 4경기를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이날 SK는 홈경기 최종전을 맞아 특별 제작한 붉은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2007~2012)를 치렀던 ‘왕조’ 시절 원정 때 착용한 색깔이다. SK는 모처럼 승리한 만큼 잔여 4경기에서 레드 유니폼을 고수할 방침이다.

김광현은 “옛 생각이 났다. 빨간색 유니폼이 타 팀에서 봤을 때 좀 위협적인 유니폼인걸로 기억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전승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광현은 오는 29일 한화 이글스와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원정에서 한 차례 더 등판할 전망이다. “4일 휴식이 부담되지 않는다”는 그는 “던지게 되면 단 1이닝, 공 하나를 던져도 집중해서 점수 안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