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최지만 화끈한 가을신고식, 그레인키 넘어 벌랜더-게릿 콜까지?

2019-10-08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약점을 뒤엎는 확실한 장점은 가을야구에서도 빛났다. 최지만(28·탬파베이 레이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우투수 중 하나인 잭 그레인키(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울리고 자신의 가을야구 역사의 서막을 열었다.

최지만은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휴스턴과 2019 MLB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AL) 디비전시리즈(ALDS, 5전3승제) 3차전 홈경기에 4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 그레인키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리며 10-3 대승을 견인했다.

 

 

2010년 미국으로 떠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최지만은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한 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좌투수에 대한 약점이 분명해 반쪽짜리 선수로 뛰었다. 좌투수가 선발로 나설 땐 출전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탬파베이로 이적하며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한 최지만은 올 시즌 팀의 4번타자로 거듭났다. 여전히 좌투수 상대로는 기회가 제한적이었지만 최지만은 약점을 서서히 극복해나가는 반면, 우투수를 상대할 때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시켰다.

올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 0.210(81타수 17안타) 2홈런 장타율 0.321이었던 최지만은 우투수에겐 타율 0.274(329타수 90안타) 17홈런 장타율 0.492로 팀을 대표할 만한 성적을 냈다.

좌투수 약점 속에 제한적으로 쓰이면서도 시즌을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으로 마친 최지만은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의 주축 역할을 맡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난 션 마네아(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나서자 벤치를 지키던 최지만은 대타 출전해 범타로 물러났지만 ALDS에서 만난 휴스턴은 이야기가 달랐다. 리그 최강의 1~3선발 조합이기는 하지만 모두 우투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지만이 우투수에 강하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보통내기들이 아니었다. 2011년 AL 사이영상 수상자인 1차전 선발 저스틴 벌랜더는 7이닝 동안 안타 단 하나만을 허용하며 8탈삼진 무실점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최지만은 3타수 무안타 2삼진.

 

 

2차전에선 광속구 투수 게릿 콜을 만났는데, 그 또한 7⅔이닝 동안 4안타를 맞았지만 삼진 15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연승을 이끌었다. 최지만은 3타수 무안타, 삼진을 3개나 당했다.

2패를 떠안고 홈으로 돌아와 만난 투수는 2009년 AL 사이영상을 수상한 그레인키. 그러나 2번 당한 최지만은 더 이상 기죽지 않았다. 

2회 첫 타석에 오른 최지만은 내야 땅볼로 물러났지만 3회엔 홈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2사주자 없는 상황에서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자 4-1로 달아나는 우측 솔로 홈런을 날렸다. 통산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득점 후 동료들과 특유의 유쾌한 세리머니를 뽐낸 최지만은 4회엔 풀카운트에서 잘 참아내며 볼넷을 얻어냈고 7회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미 승부는 크게 기운 상황이었다.

이제 최지만은 1패만 더해도 탈락하는 팀의 운명이 걸린 상황에서 더 큰 도전에 나선다. 시즌 18승 5패 평균자책점(방어율) 2.93의 그레인키를 무너뜨린 최지만이 상대할 투수는 다시 벌랜더와 콜이다. 벌랜더는 4차전 선발로 예정됐는데, 시즌 21승 6패 방어율 2.58로 AL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한 후보다. 4차전 승리한다면 5차전에선 20승 5패 방어율 2.50의 게릿 콜을 만난다.

그레인키 이상으로 쉽지 않은 상대들이지만 이들을 넘어야만 다음 라운드로 올라설 수 있다.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최지만이 ‘도장깨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탬파베이의 운명이 그의 어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