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대한항공, 세터 퀄리티에 울고웃는 '2강'?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개막]

2019-10-11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가 마침내 돌아온다. 남자부 천안 현대캐피탈과 인천 대한항공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 대장정에 돌입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 시즌에도 V리그 남자부가 현대캐피탈-대한항공 ‘2강’ 체제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만큼 첫 경기일정부터 ‘빅뱅’이 아닐 수 없다.

현대캐피탈은 12일 오후 2시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2019~2020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맞대결(KBS N 스포츠 생중계)을 벌인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10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각각 통합우승과 트리플크라운(3관왕)을 목표로 내걸고 새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은 대한항공이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를 거친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에서 3전 전승으로 챔프에 등극했다. 두 팀은 2016~2017시즌부터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나눠가지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2016~2017시즌에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현대캐피탈이 웃었다. 2017~2018시즌은 그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V리그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열린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선 대한항공이 새 외국인 선수 비예나를 앞세워 5전 전승으로 우승하며 위세를 떨쳤다. 박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한 방에 두 마리를 잘 못 잡는 편이다. 이번엔 두 마리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정조준해보겠다”는 말로 통합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배구연맹(KOVO)컵까지 3관왕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이에 맞서는 최태웅 감독 역시 “너무 하고 싶은 게 통합 우승이다. 하지만 1라운드에 선수들 몸 상태가 좋지 않을거라 보여지고, 1월 올림픽 예선 때도 선수들이 많이 빠진다. 시즌 초에는 통합우승 욕심은 내려놓고 차근차근 밟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데이 본 행사를 앞두고 자율취재 시간에 취재진은 최 감독과 박 감독 주위로 몰려들었다. 유력한 두 대권 후보를 향해 많은 질문이 쇄도했다.

두 팀 모두 국가대표 선수들을 많이 보유했지만 양 팀의 가장 큰 차이는 세터 퀄리티다. 지난 시즌 트로피를 하나씩 나눠가진 만큼 여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최태웅 감독이 앓는 소리를 꺼내놨다.

최 감독은 “이승원이 후방십자인대 염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개막전에 스타팅으로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이승원으로 되겠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올해는 ‘언제 돌아와’하며 궁금해 할 만큼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으로 6년차가 된 세터 이승원은 지난 시즌 내내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며 주전과 백업을 수시로 오갔다. 5, 6라운드부터 자신감이 붙은 그는 포스트시즌에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현대캐피탈의 우승까지 견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이승원을 V리그 톱 세터로 꼽기에는 불안 요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2년차 이원중에 대전 삼성화재에서 베테랑 황동일을 데려와 세터진을 보강했지만 국내 최고연봉(6억5000만 원)의 주인공 한선수와 그 못잖은 유광우를 백업으로 두고 있는 대한항공에 크게 밀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기원 감독은 “한선수는 공만 주면 알아서 다 한다. 나보다도 배구를 잘 안다”며 “유광우와 입대한 황승빈까지 좋은 세터가 3명이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미 KOVO컵에서 한선수가 빠른 토스로 단신이지만 간결하고 빠르게 공을 처리하는 외인 공격수 비예나와 절정의 호흡을 자랑했다. 유광우 역시 백업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 강력한 우승후보의 면모를 뽐냈다.

최태웅 감독은 “세터가 좋으면 공격수들도 덜 다친다”는 말로 세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세터가 배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은 왜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있는지 상기시킨다.

양 팀 사령탑은 나란히 비시즌 대표팀 차출 등으로 인해 부상 선수가 많았던 만큼 선수단 컨디션 관리를 통해 올림픽 예선이 있는 1월 이전에 승점을 잘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개월을 기다려 온 배구 팬들 앞에 첫 선을 보일 개막전에서 먼저 기선제압에 성공할 팀은 어떤 팀일까. 현대캐피탈이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처럼 세터 퀄리티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