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올라의 패착, 리버풀에 승리를 헌납하다

2019-11-12     김대식 명예기자

[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결정은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승리를 위해 과감히 변화를 선택했으나 좋은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11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에이스’ 케빈 데 브라위너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기용하는 전술적 변화를 꾀한 과르디올라 감독으로서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맨시티의 선발 포메이션은 4-3-3이었으나 실질적인 운영은 데 브라이너를 세르히오 아구에로 바로 밑에 위치시킨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맨시티는 전반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보여주며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지만 단 5분 만에 실점하며 리버풀에 끌려갔다. 맨시티는 경기 내내 문제점을 드러냈다.

◆ 공격→수비 전환에서 공간 허용

리버풀의

상대 팀의 하프스페이스(축구 경기장을 세로로 5등분 했을 때 중앙과 측면 사이에 위치한 공간)를 공략하는 맨시티 특유의 공격 전술이 잘 구현되기 위해선 윙백들의 공격 가담이 중요하다. 윙백들이 오버래핑하면서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윙백들이 전진하면 상대 역습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생긴다. 맨시티도 윙백들의 뒷공간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맨시티는 역습을 당할 때 중앙 미드필더 1명이 윙백이 전진한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수비진에 가담했다. 그러면서 중원에는 중앙 미드필더 1명만 남게 돼 허술해졌다. 이를 틈타 리버풀 미드필더들은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자유롭게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다.

전반 5분 리버풀 파비뉴의 선취골 과정이 그러했다. 중앙 미드필더 로드리는 워커의 뒷공간을 커버하는 과정에서 수비진에 가담했고 귄도안만 중원에 남게 됐다. 귄도안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볼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은 파비뉴가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 아놀드-로버트슨의 측면 전환 허용

아놀드의

맨시티는 모든 선수들이 중앙에 밀집한 채로 수비를 펼쳤다. 중앙에 밀집한 대형은 상대에게 빠른 측면 전환을 허용할 경우 공간을 내주는 허점을 갖고 있다.

결국 맨시티는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발끝에서 앤드류 로버트슨으로 이어지는 전환을 너무 쉽게 허용하며 두 번째 실점을 자초했다. 아놀드의 중거리 패스를 로버트슨이 받는 순간 맨시티 수비진과 공격 가담한 리버풀 선수들의 숫자가 같아졌다. 로버트슨은 모하메드 살라에게 완벽한 크로스를 연결했고 살라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아놀드와 로버트슨의 실력이 빛난 순간이지만 맨시티로선 분명한 대비책이 필요했다. 더욱이 맨시티 윙어 베르나르두 실바와 라힘 스털링의 공격→수비 전환보다 로버트슨과 아놀드의 수비→공격 전환이 빠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필요성은 더 커진다.

◆ 파비뉴에게 공간 허용

귄도안은

세 번째 문제점은 맨시티가 리버풀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를 제대로 압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파비뉴가 맨시티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맨시티가 리버풀 수비진을 강하게 압박해도 리버풀은 파비뉴를 통해 맨시티 압박을 쉽게 벗어냈다.

이 때문에 맨시티 포메이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앙 미드핃더인 귄도안이 파비뉴를 압박하면 피르미누나 조던 헨더슨이 자유로워지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칫 피르미누나 헨더슨이 공을 받으면 앙헬리노의 뒷공간을 노리는 살라에게 패스가 연결되며 리버풀이 가장 원하는 공격 형태가 나올 수 있었다. 공수전환에 강점이 있지 않은 귄도안에게 과한 압박이 요구됐고 파비뉴를 계속 놓치며 맨시티는 전방 압박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 사라진 데 브라위너

맨시티 특유의 공격 형태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선수는 데 브라위너다. 우측 하프스페이스에서 공을 받은 뒤 빨랫줄 같은 크로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모습은 데 브라위너의 ‘트레이드 마크’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이번 경기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와 다르게 아구에로 바로 밑에 위치한 데 브라위너는 중앙에 머무는 상황이 많아지며 측면에 많이 관여하지 못했다. 데 브라위너의 측면 지원이 약해지자 실바와 스털링은 혼자 외롭게 공격을 펼쳐야 하는 처지가 됐고 맨시티의 주 득점루트는 위력을 발하지 못했다.

후반 30분 이후 데 브라위너가 좌측에 가담하면서 스털링을 지원하자 맨시티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 수적 우위를 내준 맨시티

전방

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의 전술도 한 몫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두 중앙 미드필더를 후방 빌드업에 많이 관여시키자 클롭 감독은 이를 간파하고 새로운 압박 방식을 꺼내들었다.

리버풀의 일반적인 압박에서 마네와 살라는 센터백에서 윙백들로 향하는 패스 길목에 위치한다. 하지만 마네와 살라는 이번 경기에서 페르난지뉴와 스톤스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며 중앙 미드필더를 향해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피르미누도 중앙 미드필더들을 항상 수비 범위에 두었고 리버풀 미드필더들도 언제나 중앙 미드필더를 압박할 준비를 했다.

이는 리버풀이 수비할 때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했다. 공격진과 두 명의 미드필더로 여섯 명이 관여한 맨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막아내자 리버풀은 다섯 선수로 네 명의 공격수들만 수비하는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맨시티는 중원과 측면 어디에서도 과르디올라 감독이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됐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하면 리그 패권 다툼에서 리버풀에 완벽한 우위를 내줄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안필드에서 승리가 무척 절실했을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력의 핵심 자원인 에데르송, 아이메릭 라포르테가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거두기 위해 ‘변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변화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고 리버풀과 클롭 감독은 30년 만에 리그 우승컵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