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교환용(DSLR) 카메라 장비를 마련하는 요령

2019-12-11     이두영 기자

[스포츠Q 이두영 기자] “렌즈교환용(DSLR) 카메라 한 대 사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까요?” 이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심기가 은근히 불편하다.

카메라는 죄다 일본 기업 제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고노 외무상이 우리나라 취재진 장비를 보고 “캐논·니콘이네?”라며 비아냥거리며 우리네 속을 긁어놓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카메라 중 캐논,니콘,소니,후지필름,올림푸스,파나소닉 등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은 85~90% 수준이다.

 

스웨덴 제품인 하셀블라드와 독일 라이카가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후덜덜하다. 표준화각을 포함하는 줌렌즈와 초점거리 200mm를 포함하는 망원렌즈만 갖춰도 이삼천만 원이다. 초광각렌즈와 플래시 등을 더하면 비용은 천정부지로 뛴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은 뭘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해서 카메라를 포기한다면 모를까 그렇잖으면 과소비를 줄이는 것이 답이다. 사진의 질보다 ‘뽀대’에 욕심을 내는 습성은 버려야 한다.

취미생활자로서 과소비를 줄이면서 사진을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풀프레임바디를 고집하지 말고 100만원 안팎 혹은 그 미만 가격의 크롭바디를 선택한다. 둘째, 고급렌즈(f2.8 렌즈) 대신 그 아래 급(f4 혹은 이를 포함하는 더 높은 수치의 줌렌즈)을 택하는 것이다.

캐논의 L, 소니의 붉은 바탕 G는 고급 렌즈임을 뜻한다. 니콘은 따로 렌즈 등급을 표시하지는 않으며 기능별로 G,E,D 등으로 표기한다.

이름이야 뭐가 됐든 각 제조사의 f2.8 렌즈는 줌렌즈 중 가장 좋은 렌즈다. 일부 단렌즈만 조리개 최대 개방 수치가 1.4일 뿐이다.  단렌즈 하나만 갖고 있는 사진가는 거의 없다. 

 f2.8은 f4에 비해 렌즈가 한 단계 더 밝고 비구면렌즈 등 부품 구성도 좋다. 그러나 직업 사진가가 아닌 이상 F4렌즈라서 걱정할 일은 없다.

실내 아기 돌잔치 스냅사진, 공원에서 노는 애완견, 여행 풍경 등을 찍는 데 굳이 F2.8 렌즈 때문에 수백만 원을 더 들여야 할까? 결론적으로 과잉소비요, 외화 낭비다.

2018년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연봉은 3634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월평균 303만원 꼴이다.

캐논,니콘,소니 카메라 3사 제품 중 가격이 600만~800만원에 이르는 고가 플래그십 바디는 일단 제쳐 두자.  그 아래 중급 바디와 F2.8 렌즈 서너 개를 조합한다 해도 근로자 월급 3개월치가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사진에 널리 쓰이는 장비는 풀프레임 바디를 비롯해서 표준줌렌즈(24~70mm), 망원줌렌즈(70~200mm 또는 80~200mm), 광각줌렌즈(16~35mm), 플래시, 삼각대다.

 

입문자는 처음부터 다 장만할 필요가 없다. 100만원 이하 크롭바디와 24~70mm 렌즈만 있어도 충분히 실력을 쌓을 수 있다.

단풍이나 물안개 등 일반적인 풍경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서 동호회 활동을 즐기며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려 한다 해도 400만원 이하로 너끈히 해결할 수 있다. 

 

일몰,일출 무렵에는 삼각대가 필요하다. 폭포와 같은 장노출 환경에서는 지지력이 좋은 삼각대가 필수적이다.

국내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짓조 삼각대와 품질과 성능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포토클램 삼각대가 있다.

포토클램인터내셔날은 국내 유일의 삼각대 제조회사로, 자동차 프레임바디의 SUV에 비유될 정도로 지지하중과 진동억제력이 막강한 카본삼각대를 생산한다. 숱한 중국산, 일본산보다 품질이 월등히 우수하다. 가격이 짓조와 맞먹는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에 카메라 생산을 접어 아쉬움이 크지만 강력한 삼각대를 만드는 회사가 국내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삼각대 위에 체결돼 카메라의 방향을 자유롭게 해주는 볼헤드도 국산 제품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포토클램과 마킨스 두 브랜드가 있다. 

볼헤드는 볼의 표면이 반질거리는 것보다 광택이 없는 것이 더 좋다. 그래야 마찰력, 즉 체결력이 더 우수하다.  삼각대와 볼헤드는 반영구적인 장비이므로 여행을 많이 한다면, 접었을 때 길이가 짧은 4단 제품이 유리하다.

사진장비는 목적과 용도를 고려해야 한다. 주머니가 넉넉해 장비수집이 취미라면 모를까, 그렇잖다면 낭비다. 사진실력이 늘면서 렌즈를 하나씩 추가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카메라 파지법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사람이 200mm렌즈를 들고 ‘총질’을 한다거나 햇빛이 쨍한 대낮에 풍경사진을 찍으면서 삼각대를 받치고 폼을 잡는다면 조롱거리가 된다.

장비보다 기본 공부와 마음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요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장비는 꼭 필요한 정도로만 갖추는 것이 금전적으로나 이동의 편의성에서 바람직하다.

차라리 돈을 아껴서 용량이 충분한 저장장치나 성능 좋은 컴퓨터를 장만하는 것이 사진생활에 도움이 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