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도 이제 '감독', 신태용은 제2 박항서가 될까

2019-12-24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한일 월드컵 4강신화 주역 중 하나인 김남일(42)도 이제 ‘감독’이 됐다. K리그1(프로축구 1부) 성남FC 지휘봉을 잡는다.

성남은 23일 “새 사령탑으로 김남일 감독을 선임했다”며 “다년 계약을 보장했다. 세부 조건은 상호 합의에 따라 밝히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2018시즌 성남을 승격시킨 뒤 2019시즌 K리그1 9위에 안착시킨 남기일 감독이 지난 16일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자진사퇴했다. 성남은 후임을 물색했고, 현역 시절 K리그와 해외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남일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김남일 감독은 2000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데뷔해 엑셀시오르(네덜란드), 비셀 고베(일본), 톰 톰크스(러시아) 등 해외는 물론 수원 삼성, 인천 유나이티드, 전북 현대 등에서 활약했다.

국가대표로서 남긴 족적도 화려하다. 태극마크를 달고 3차례 월드컵(2002·2006·2010년)에 나섰고, A매치 98경기를 소화했다.

김 감독은 2016년 은퇴한 뒤 장쑤 쑤닝(중국)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한국 축구 대표팀 코치로 힘을 보탰고, 올해는 전남에서 코치로 재직했다.

성남은 “김 감독이 카리스마와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성남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김 감독도 “K리그 첫 감독을 성남에서 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전임 감독의 사퇴에 따른 팬들의 실망감을 잘 알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결과를 내는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최용수(FC서울), 유상철(인천) 등 2002 4강신화 멤버 출신 감독 맞대결에도 시선이 쏠린다.

‘김남일호’ 성남은 내년 1월 4일 태국 치앙마이로 1차 전지훈련을 떠난다.

같은 날 김 감독과 러시아 월드컵 ‘카잔의 기적’을 함께 일군 신태용(49) 전 축구 대표팀 감독도 새 직장을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드컵 이후 1년 반 가량 휴식한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쌀딩크’로 불리며 선풍을 일으킨 박항서(60) 베트남 감독과 동남아시아 무대에서 지략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신 감독은 2005년 퀸즐랜드 로어(호주)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8~2012년 성남 일화(현 성남FC)를 맡아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견인했다. 아시아 최초로 선수와 감독 신분으로 모두 ACL 트로피를 들어올린 인물이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 U-20 대표팀을 데리고 2017 U-20 월드컵 16강 등 성적을 냈다. 러시아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자 ‘소방수’로 투입돼 월드컵에 나서 당시 피파랭킹 1위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신 감독은 그동안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슈퍼리그(CSL) 선전FC 등 다수 해외 팀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신 감독은 연합뉴스를 통해 “인도네시아가 덥지만 이제는 일해야 할 때”라며 “최종 조율 중이며 마지막 단계다. 26일 계약서 서명을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국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팀은 기존 감독이 있는 상황에서 나에게 계약을 요구했다”며 “안 된다고 생각해 포기하고 인도네시아에 가자고 마음 먹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매체 볼라스포트는 이날 “인도네시아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신태용 감독을 최종 낙점했다”며 “쿠쿠 소에만트리 협회 부회장이 신 감독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고 전했다. 2021 U-20 월드컵을 개최하는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이 A대표팀, U-23 대표팀, U-20 대표팀을 모두 맡아 '체질 개선'에 앞장서주기를 원한다고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베트남과 함께 G조에 묶였다. 현재 5연패로 사실상 예선 탈락이 확정됐지만 내년 6월 4일 베트남과 최종전이 예정돼 흥미를 자아낸다. 신태용 감독과 박항서 감독의 만남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