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을 지킨 이동현, 또 하나의 LG '뒷문 보험'

봉중근 흔들린 10회말 긴급 구원등판…2이닝 버티며 역전승 기여

2015-05-08     박상현 기자

[잠실=스포츠Q 박상현 기자] LG는 연장전 승리를 따내며 8연패 일보 직전에서 빠져나왔고 두산은 잡을 수 있었던 승리를 놓쳤다. 차이는 역시 뒷문이었다. LG에는 이동현(32)이 있었다.

이동현은 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말 봉중근(35)을 구원한 뒤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팀의 6-4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번 타자 정성훈이 5타수 2안타 2타점, 신인 박지규가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마운드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동현의 뒷문 단속이 없었다면 두산의 화력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LG는 봉중근(35)의 부진으로 뒷문이 부실해졌다. 봉중근은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이 무려 14.14나 됐다. 지난 3월 29일 KIA전에서 단 1이닝도 막지 못하고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고 지난달 7일에도 ⅓이닝 1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1~2점차에서 봉중근에게 마무리를 맡기기가 불안해졌다.

봉중근은 이날도 9회말 수비에서 안타와 볼넷으로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오재원의 병살타로 가까스로 넘겼지만 연장 10회말에도 김현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봉중근이 위태해지자 LG 코칭스태프는 지체없이 이동현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봉중근이 불안해지면서 이동현을 마무리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도 2승 2세이브 3홀드에 평균 자책점이 1.84밖에 되지 않았다. LG가 믿고 쓰는 또 하나의 마무리 카드였다.

이동현은 LG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곧바로 화답했다. 양의지의 번트 파울 타구를 포수 최경철이 잡아낸데 이어 정진호를 3루수 파울 플라이, 최주환을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연장 10회말을 완벽하게 막았다.

연장 11회초 타선에서 2점을 뽑아주면서 이동현의 어깨는 훨씬 가벼워졌다. 이동현은 연장 11회말 역시 김재환, 김재호, 박건우를 유격수 앞 땅볼 2개와 좌익수 뜬 공으로 처리하며 경기를 마쳤다. 2이닝 동안 던진 혼신의 19개의 공으로 승리를 따냈다.

양상문 감독도 "우리 팀의 자랑인 필승 계투조가 승리를 이끌었다"며 "타자들이 기회를 놓친 것은 있었지만 연패를 끊어냈기 때문에 앞으로 희망적인 결과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LG가 봉중근이 힘들 때 이동현이 뒤를 받쳐준 반면 두산에는 마무리 윤명준을 지원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전날 경기에서도 9회초 1사 만루의 위기를 병살로 처리했던 윤명준은 이날도 2⅔이닝 동안 52개의 공을 던져야만 했다. 윤명준이 긴 이닝과 많은 투구수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뒤를 받쳐줄 대안이 없었기 떄문이다. 김강률은 이미 시즌 아웃됐고 이제 막 복귀한 노경은은 아직 제구가 들쭉날쭉해 믿고 맡기기 힘들다.

윤명준이 1실점하며 무너지자 두산은 뒤늦게 이현호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폭투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쐐기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윤명준의 실점도 2점으로 늘어났다.

봉중근의 뒤에는 든든한 이동현이 있었고 윤명준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LG와 두산의 희비가 교차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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