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리버풀 분석] 결정력에 무릎 꿇은 무리뉴의 ‘오리에 시프트’

2020-01-13     김대식 명예기자

[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선두 리버풀을 꺾기 위한 조세 무리뉴 감독의 맞춤 전술은 끝내 빛을 발하지 못했다.

토트넘 핫스퍼가 지난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 리버풀과의 맞대결에서 0-1로 패했다. 무리뉴 감독은 풀백 세르주 오리에를 윙어로 기용하는 변칙적인 전술을 보여줬으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의 색깔은 명확했다. 수비에 집중한 뒤에 빠른 역습으로 리버풀의 후방 공간을 노리겠다는 것이었다.

# 리버풀을 막기 위한 무리뉴의 수비 전술

토트넘은 센터백부터 진행되는 리버풀의 후방 빌드업을 거의 압박하지 않았고, 4-4-2 대형으로 수비 조직을 갖춘 후 상대 주요 선수들을 일대일로 수비했다. 이는 리버풀이 자랑하는 ‘마누라 라인(사디오 마네-호베르투 피르미누-모하메드 살라)’과 좌우 풀백(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을 막아내기 위함이었다.

수비에서 토트넘은 먼저 델레 알리가 조던 헨더슨을 압박하며 볼을 측면으로 유도했다. 리버풀 센터백들이 풀백들에게 공을 보내면 우측에선 오리에가 로버트슨을, 자펫 탕강가가 마네에게 강하게 달라붙었다. 좌측으로 공이 전달되면 손흥민이 아놀드를, 주로 다빈손 산체스가 살라를 막아섰다.

토트넘의 수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수비 대형의 좌우 간격을 지나치게 좁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리버풀을 상대했던 기존의 팀들은 리버풀의 스리톱에게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수비 조직을 굉장히 중앙에 밀집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수비 방식은 아놀드와 로버트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리버풀의 빠른 좌우 전환에 따라가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무리뉴 감독은 포백의 간격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측면 공간을 넓게 내주지 않았으며 아놀드와 로버트슨을 수비하기 위해 윙어들에게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했다.

# 무리뉴에 대응한 리버풀의 공격 방식

대신에 토트넘의 수비 대형이 중앙에 밀집하기 않았기 때문에 리버풀은 중원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경기 초반 리버풀은 무리뉴 감독의 변칙적인 수비 전술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중원에 가담하는 피르미누를 중심으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피르미누는 계속해서 해리 윙크스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피해 다니며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리버풀은 측면이 막히면 피르미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피르미누가 견제를 받으면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 수비 대형 사이에서 그 역할을 대신했다.

또한 위르겐 클롭 감독은 토트넘의 수비를 흔들기 위해 조르지뉴 바이날둠을 평소보다 좌측에 가담시켰다. 좌측으로 이동하는 바이날둠을 막기 위해 주로 오리에가 이동하면서 로버트슨이 여유로워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면 에릭센이 로버트슨을 수비하기 위해 자리를 비워야했기 때문에 윙크스만 중원에 남아 있게 됐다. 에릭센이 측면 수비를 빠르게 오지 않는다면 리버풀은 바이날둠을 통해 측면 수적 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리버풀에 변화에 무리뉴는 측면으로 이동한 에릭센 자리에 알리를 빠르게 가담시키면서 수비 형태를 유지했다.

토트넘이 빠르게 대응했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리버풀은 중원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마네-피르미누-체임벌린-바이날둠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리버풀은 중원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했다. 중원 우위를 바탕으로 리버풀 선수들은 토트넘의 페널티박스로 위협적인 패스를 투입했지만 토트넘 최종 수비수들의 집중력도 만만치 않았다.

# 정확성이 부족했던 토트넘

토트넘은 수비에 성공하면 지체없이 공을 전방으로 연결했다. 1차적으로는 모우라가 침투하는 후방 공간에 패스를 전달하는 형태였지만 상황에 따라선 손흥민을 활용했다.

문제는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해야 할 패스가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동성이 뛰어난 리버풀 미드필더와 풀백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토트넘이 역습으로 나서기 쉽지 않았다는 것도 맞다.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전방으로 달려 나가는 모우라나 손흥민에게 제대로 연결되는 패스가 너무 적었다.

이는 중원에서 빌드업을 도맡은 윙크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후방 공간 침투만을 의식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중앙에 위치한 에릭센마저 공격 진영으로 올라가면서 윙크스와 앞선 선수들의 간격이 벌어졌다. 패스 거리가 길어지며 패스가 부정확해졌고 윙크스는 혼자서 리버풀의 압박을 풀어내야 했다. 공이 전방으로 연결된다고 해도 알리와 루카스 모우라의 판단은 계속해서 아쉬웠다. 알리는 패스 타이밍이 좋지 못했고 모우라는 주변 동료를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무리뉴를 변화를 선택했다. 후반 25분 무렵 에릭 라멜라와 지오바니 로 셀소를 투입하면서 정상적인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라멜라와 로 셀소는 윙크스의 패스를 받아주기 위한 움직임을 가져갔고 토트넘은 중원에서 지배력을 찾기 시작했다.

토트넘의 달라진 전술 운영과 압박 강도에 리버풀 선수들은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 리버풀 선수들의 실수를 틈타 토트넘은 동점골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마다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위협적인

당초 이번 경기는 해리 케인과 무사 시소코가 빠진 토트넘을 리버풀이 쉽게 잡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오리에 시프트’를 가동한 토트넘은 지난 10라운드 안필드 원정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리버풀을 완벽히 틀어막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무리뉴 감독이 원했던 그림대로 경기가 흘러갔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리버풀은 경기를 앞서갈 수 있는 결정력을 보여줬고 토트넘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