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돌 맞은 충무로, 시대극에 꽂히다

'간신' '경성학교' '암살' '사도' '동주' '대호' '아가씨' 잇따라 개봉

2015-05-09     용원중 기자

[스포츠Q 용원중기자] 광복 70돌을 맞은 올해 충무로에 웰메이드 시대극이 쏟아진다.

사극 '간신'이 시작을 알린다. 오는 5월 21일 개봉하는 '간신'은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하려 했던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린다.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젊은 연기파 주지훈, 김강우와 충무로 신예 임지연, 이유영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된 '간신'은 중종실록에 천하의 으뜸가는 간흉으로 기록된 실존 인물 임숭재(주지훈)와 임사홍(천호진) 부자를 중심으로 조선 팔도 1만의 미녀를 왕에게 비쳤던 역사적 사건인 ‘채홍’을 새롭게 조명했다.

'간신'은 또한 왕의 총애를 얻어 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선 최고의 색(色)이 되어야 했던 1만 미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간신의 시점으로 당대 역사를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사극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6월 개봉하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전자는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한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담았다. 박보영과 엄지원, 신예 박소담이 주연을 맡은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로도 눈길을 끈다.

뒤를 이어 7월 개봉하는 '암살'은 1933년 중국 상하이와 조선의 경성을 배경으로 암살작전을 위해 모인 독립군들과 임시정부 대원, 청부 살인업자까지 조국도, 이름도 없는 이들의 서로 다른 선택과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타짜' '도둑들'로 역량을 입증한 최동훈 감독과 쟁쟁한 톱스타 군단인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의 조합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작이다.

'사도'는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게 된 사도세자를 재조명해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이르기까지 조선왕조 3대에 걸친 비극을 그려낸 영화다.

이준익 감독이 1000만 클럽 영화 '왕의 남자' 이후 10년 만에 정통사극으로 돌아와 제작단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와 20대 배우를 대표하는 연기파 유아인이 부자 호흡을 맞추며 똑 부러진 연기력을 보여주는 여배우 문근영이 출연한다.

이준익 감독의 또 한편의 시대극이 바로 '동주'다. 일제 강점기 스물 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시인 윤동주의 청년기를 그린 영화다.

청춘스타 강하늘이 윤동주 시인 역을 맡아 진중한 감정연기를 소화했으며 박정민은 윤동주 시인의 사촌 송몽규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동주’는 올해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이외 최민식은 1920년대 마지막 남은 조선 호랑이를 잡는 포수 천만덕으로 변신해 영화 ‘대호’(감독 박훈정) 촬영에 한창이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에게 고용돼 아가씨의 하녀로 들어간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다.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문소리가 캐스팅돼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로케이션부터 고증, 의상, 세트 등에서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시대극은 선뜻 제작에 나서기 어려운 장르다. ‘암살’ ‘대호’ ‘아가씨’ 등은 모두 100억대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반면 '간신'은 거품을 제거하고 50억원대로 제작비를 맞췄다.

제작비 및 흥행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소재 발굴, 자유로운 상상력을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과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시대상황을 통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극 제작은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올해 시대극 상당수가 일제 강점기에 집중하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임순례 감독은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적폐의 뿌리를 고민했을 때 일제 강점기 시절로 회귀하게 된다"며 "해방전후사 시기에 일제청산 등 매듭을 제대로 풀지 못한 결과 오늘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사회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대한 고찰은 창작자에게 있어 중요하면서도 매력적인 작업"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 영화제작자는 "조선 후기의 모습과 현대의 문물이 묘하게 뒤섞인 매혹적인 분위기도 창작자의 구미를 당긴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영화계가 3년 연속 1억 관객을 기록한 시장의 확대와 호황 무드에 맞물려 대작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시대극 생산'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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