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 류지혁 이흥련 전병우로 보는 트레이드 묘미 [SQ초점]

2020-06-11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KBO리그(프로야구) 최고의 거포 박병호(키움 히어로즈)가 계속 LG 트윈스에 남아 있었더라면 어떤 선수가 됐을까.

트레이드는 활용하지 않는 자원을 보내는 대신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좋은 장치다. 과거엔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놓치게 될 것이 더욱 아까워 트레이드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젠 다르다.

지난 시즌 종료 후부터 활발히 트레이드가 이뤄졌고 과거와 달리 어느 때보다 트레이드 자원들이 팀 전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 시즌 종료 후부터 지금까지 총 7건의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특히 4월부터 이뤄진 3건의 트레이드는 퍽 흥미롭다.

롯데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던 전병우(28)는 키움에서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지난 4월 키움은 추재현을 내주는 대신 투수 차재용과 함께 전병우를 데려왔다. 아직 리그 초반에 불과하지만 16경기에서 타율 0.318(44타수 14안타) 2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2015년 롯데 입단 후 56경기 출전한 게 전부였지만 키움의 3루 자리를 꿰찰 기세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3루 자리를 메우기 위해 테일러 모터를 영입했지만 성적은 물론이고 팀에 적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짐을 쌌다. 김웅빈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전병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순도 어느새 6번까지 올랐다.

스스로도 이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정도긴 하지만 빈자리를 완벽히 지운 그의 활약은 손혁 감독을 미소짓게 만든다.

 

 

지난달 30일에도 2-2 트레이드가 진행됐다. SK 와이번스가 투수 이승진(25)을 보내고 포수 이흥련(31)을 받아오는 게 골자였다. 부족한 포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SK의 전략은 즉효를 봤다. 이흥련은 이적 직후 2경기 연속 홈런포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2013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뒤 백업 포수를 맡았던 그는 2016년 두산 FA 이원석의 보상 선수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8년 복귀했지만 양의지라는 큰 벽에, 이듬해 그가 NC로 떠난 뒤엔 박세혁의 성장에 가로막혔다. 여전히 그의 역할은 백업 포수로 국한됐다.

하지만 SK로 이적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SK 역시 부족한 백업 포수가 필요해 데려간 것이었지만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맹활약하며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흥련은 이적 후 8경기에서 타율 0.312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 기간 SK도 6승 3패를 거두며 9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이흥련의 활약에 주전 포수 이재원은 부담을 덜게 됐고 팀 평균자책점도 5점 대에서 3점 대로 낮아졌다.

지난 8일 트레이드는 올 시즌 성사된 거래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됐다. 두산이 내야 ‘슈퍼백업’이라 불리는 류지혁(26)을 내주고 올 시즌 활약이 미비했던 KIA 타이거즈에서 홍건희(28)를 데려간 것.

 

 

걸출한 내야 자원에 밀려 주전으로 도약하진 못했지만 류지혁은 내야 자원이 열악한 팀에 가면 당장이라도 주전을 차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만큼 안정적인 수비를 자랑했다.

올 시즌엔 두산에서 타율 4할을 치며 맹타를 휘둘렀지만 마운드가 무너진 두산은 결국 류지혁을 매물로 내놨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하루 휴식을 취했던 류지혁은 10일 경기에 KIA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류지혁은 7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는데 2타수 무안타로 타격에선 큰 활약이 없었지만 단 한 장면으로 KIA 팬들을 기대에 부풀게 만들었다.

2회말 KT 멜 로하스 주니어의 총알 같은 타구에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고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뿌려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해설진은 물론이고 투수 애런 브룩스까지 엄지를 치켜세울 만한 장면이었다.

KIA는 전날 주전 2루수 김선빈이 부상을 당했다. 수비는 물론이고 타율 0.340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유틸리티 자원인 류지혁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 맷 윌리엄스 감독은 2루에 김규성을 내보내며 류지혁에겐 3루를 맡겼다.

 

 

황윤호와 장영석의 불안한 수비를 보던 KIA 팬들은 류지혁의 슈퍼캐치 하나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홍건희도 두산 데뷔전을 치렀다. 프로 7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올 시즌 10경기에서 ERA 6.00을 기록 중이었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6년에도 4승 4패 4세이브 5홀드 ERA 4.98을 기록한 게 전부. 류지혁과 비교되며 남모를 속앓이를 했을 그다.

NC 다이노스에 9-1로 크게 앞선 9회말 등판한 홍건희는 공 9개를 던지며 1이닝을 완벽히 막아냈다. 김태군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태진을 중견수 뜬공, 김찬형으 유격수 땅볼로 마무리했다. 최고 시속은 147㎞. 크게 리드하고는 있었지만 과감하고 공격적인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저평가를 받은 홍건희지만 기대감도 갖게 된다. 홍건희는 빠른공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다. 볼넷은 적고 인플레이 비율이 높다. 올 시즌에도 10경기에서 홈런 3개를 맞았다. 이런 점은 두산과 만나며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산은 수비가 탄탄하고 가장 큰 잠실구장을 써 홈런은 줄어들 것이라는 것. 홍건희는 첫 경기부터 김태형 감독의 만족감을 샀다.

완전히 취하기엔 아쉬우면서도 남주긴 아까워했던 게 과거 프로야구 트레이드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젠 잠재적 가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로 득이 될 수 있는 거래를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 효과가 시즌 초반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적생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게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