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숙현 팀닥터' 안주현, 공식석상 떴다 [SQ이슈]

2020-07-14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서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45) 씨가 처음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 격노한 국민들은 안 씨와 김규봉 감독, 선배 장윤정 등 가해자의 신상과 얼굴을 공개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 씨는 13일 오후 대구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날 경주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호송차를 타고 대구지법으로 이동했다. 대구지법 영장 전담 재판부는 안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폭행 사실을 인정하느냐”, “유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어떻게 합류했느냐” 등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란 외마디만 남겼다.

큰 체구로 알려졌던 안주현 씨는 이날 운동복 차림에 안경을 쓴 채 처음 공식 석상에 등장했는데, 알려진 바와 달리 다소 마른 체형이었다.

고 최숙현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 당사자 중 핵심으로 지목된 안주현 씨는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 없이 선수들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치료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선수들을 때리거나 폭언한 것은 물론 여자선수들을 성추행한 혐의까지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지만 대체로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지방경찰청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 가혹행위 사건이 알려지자 잠적했던 안 씨를 지난 10일 대구에서 체포해 조사한 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과 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주현 씨는 앞서 지난 3월 최숙현 선수가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김규봉 감독과 안 씨, 장윤정 등 선배 선수 2명을 고소했을 때 최 선수를 폭행한 혐의가 드러나 5월 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최숙현 선수는 가해자를 고소한 뒤 4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별도의 조치가 없자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은 지난 1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의 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후 안주현 씨가 훈련 과정에서 선수들을 폭행했다는 진술과 녹취가 연이어 공개됐고, 많은 이들이 분노하며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경주시체육회는 다른 선수들 진술을 바탕으로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지난 8일 검찰에 안 씨를 추가 고발하고,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 선수 2명도 폭행 등 혐의로 9일 검찰에 추가 고소한 상태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3일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 감독과 안 씨 등의 위법행위를 전반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전체 실업팀 12개에 등록된 선수가 100명도 되지 않는 좁디좁은 트라이애슬론 판은 김규봉 감독과 안주현 씨 천하였다는 증언이 쏟아진다. 두 사람은 앞서 두 차례 군인올림픽 대표팀 코칭스태프로도 함께했는데, 김 감독 추천으로 관련 자격증이 없는 안 씨가 대표팀에 들어왔다. 국방부에도 안 씨의 기본 신상정보만 있을 뿐 자격증 유무 여부는 기록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안 씨는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자필진술서에서 폭행 혐의를 인정하는 한편 김 감독을 적극 옹호해 공모 의혹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