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보는 기성용, '제2전성기 향해'

2020-07-22     김의겸 기자

[상암=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기성용(31·FC서울)이 돌아왔다. 단기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그가 3년 6개월 장기계약서에 사인한 배경이 궁금하다.

기성용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입단 기자회견에서 “제2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를 거치면서 최근 1년 동안 기성용은 지난 10년과는 결이 다른 시간과 마주했다. 피치보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일이 많았고, 스페인 진출 후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부상이 겹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지난겨울에도 “스스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때 K리그(프로축구)에 복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3년 6개월 장기계약에는 유럽에서 바쁜 나날을 보냈던 그가 이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몸 상태를 끌어올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기성용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기를 생각했을 때 지금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항상 마음 속에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내가 잘 성장해서 돌아왔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었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년은 내 축구 인생에 있어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간이다. 피치를 떠나 있던 적이 많았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스페인에서 치료를 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컨디션 회복이 조금 지체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역시 화두는 그가 언제부터 실질적으로 서울 전력에 합류할 수 있느냐다. 그는 “언제 뛸 수 있을지는 팀에 합류한 다음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8월 즈음 (복귀를) 생각하고 있다. 100%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경기를 뛴 지 오래 돼 감각이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나 시간이 많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서울과 협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졌고, 계약기간을 두고 많은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서울과 3년 반이라는 긴 시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기성용은 “기사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구단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에 ‘단기 계약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기본 2년 6개월에서 3년 6개월을 두고 이야기 했다. 오래오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2006년 서울에서 데뷔해 4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던 그는 2009년 셀틱(스코틀랜드)을 시작으로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이상 잉글랜드)를 거쳐 마요르카까지 10년 반 동안 유럽 무대를 누볐다. 그가 유럽 생활을 정리한 소회를 전했다.

기성용은 “지난 1년 동안 피치에 서지 못해 답답함이 많았다. 축구선수인데 축구를 못하니까 힘겨웠다”며 “그동안 참 바쁘게 살았는데,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름대로 충전의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선수로서 유럽에서 더 멋지게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하고 싶은 대로만 되는 건 아니다. 10년 동안 유럽에서 뛸 수 있어 행복했고,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지난 1년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동기부여가 잘 안됐다. K리그에 오게 되면 매주 내게 큰 기대를 할 것이고, 그 기대에 따른 동기부여가 중요했다”고 힘줬다.

만 31세 기성용은 길게 보고 있다. 자신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K리그에서 제대로 된 축구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느라 부상을 달고 살았다. 타지에서 주전 경쟁을 벌이느라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자신이 처음 꿈 꿨던 그 무대로 돌아와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부상을 떠나 (경기를 뛴 지) 시간이 좀 됐기 때문에, 언제쯤 내가 자신할 수 있는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분명한 건 그런 상태가 되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부상당하지 않고, 몸을 제대로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기성용이 뛰던 때 서울은 늘 우승을 다투는 팀이었지만 현재는 강등권을 전전하고 있다. 투자 면에서도 소극적인 면모로 질타를 받기도 한다. 기성용 스스로도 “나 하나 왔다고 팀이 갑자기 바뀌진 않을 것”이라 했지만 이청용(울산 현대)이 올해 돌아와 클래스를 뽐내고 있듯 기성용 복귀에 큰 기대감이 조성되는 게 사실이다.

K리그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KI IS BACK(기성용이 돌아온다)"이라며 이례적으로 기성용의 복귀를 집중 조명했다. 팬들의 설레는 마음을 대변한 셈이다. 길게 보는 기성용이 K리그에서 보여줄 퍼포먼스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