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싸커' 경남FC, K리그2 순위판 흔든다 [SQ초점]

2020-09-04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어느 때보다 승격 전쟁이 치열한 2020 하나원큐 K리그2(프로축구 2부)에서 경남FC가 뒤늦게 부상하며 순위표를 흔든다. 잔여 일정을 단 10경기 남겨놓은 가운데 축구 팬들의 흥미를 더한다.

설기현 감독의 경남은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챙기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 앞서 치른 6경기(4무 2패) 동안 승리가 없어 올해 K리그1(1부)에 바로 다시 복귀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따랐는데 예상을 뒤집고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2위 수원FC(승점 32)와 17라운드 홈경기에서 추가시간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하며 패했지만 이른바 ‘설싸커’의 기세는 상당하다.

올 시즌 K리그2에선 상위 2개 팀이 승격할 가능성이 높다.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올해 자동 강등이 확정된 군경팀 상주 상무가 K리그1 3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상위스플릿(파이널A)에 들 것이 확실시 된다. 상주가 강등권에 들지 않는다면 리그 최하위에 처진 팀이 상주와 함께 K리그2로 내려앉게 된다. K리그2 입장에선 승격 절호의 찬스다. 

예년대로면 K리그2 4위부터 2위까지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살아남은 팀이 K리그1 11위와 홈 앤드 어웨이로 승강 PO를 벌여 승리해야만 승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승격으로 가는 길이 단순해졌다.

애초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경남이 느지막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순위 싸움에 불을 붙였다. 선두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34)와 2위 수원, 3위 대전 하나시티즌(승점 27)에 이은 4위(승점 25)로 올라섰다. 5위 서울 이랜드FC와 승점이 같고, 6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24)에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최근 상승세는 상위권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경남은 오는 5일 오후 6시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제주와 격돌한다. 경남으로선 선두와 격차를 좁히고 승격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맞대결이다. 설기현 감독은 “승점을 챙기고 좋은 결과를 따내면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시즌 초 설 감독은 성균관대 감독 시절부터 즐겨 썼던 공격 시 2-3-5 전형을 바탕으로 한 빌드업 축구를 시도했다. 미드필더 성향 선수들을 측면 수비로 배치하고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풀고자 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었다. 스쿼드 이름값에 비해 부진했고 7위까지 처졌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베테랑 정혁을 데려와 정혁진과 4-4-2 전형의 중원을 맡겼는데 이후 설 감독 전술이 팀에 자리 잡는 모양새다. 한지호, 최준 등 여름에 데려온 자원 모두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최근 40(골)-40(도움) 클럽에 가입한 윙어 황일수의 부상 복귀 후 팀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원전 석패에도 소득은 있었다. 그동안 침묵했던 외국인 윙어 네게바가 멋진 바이시클 킥으로 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또 최고연봉자 룩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설 감독 기대에 부응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경고누적으로 빠진 최준의 공백을 메운 신인 김영한은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제주전에는 정혁과 센터백 배승진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하지만 부상과 징계로 수원전 뛰지 못한 최준과 윙어 백성동, 골키퍼 손정현이 돌아와 힘을 보탠다. 수원전보다 더 베스트에 가까운 전력을 가동할 수 있다.

제주는 8월 홈 3연전을 모두 잡아내며 6경기 무패(4승 2무)를 달린 덕에 선두로 뛰어올랐다.  분위기가 좋은 제주지만 올해 4위권 팀들과 상대전적은 1승 2무 2패로 썩 좋지 않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또 원정에선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남기일 제주 감독이 지난해 성남FC 시절부터 경남에 약했다는 점 역시 경남의 기대요소다. 경남 상대 1무 3패로 승리가 없다.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선 1-1로 비겼다. 경남이 제주를 잡을 경우 1~4위까지 밀도가 촘촘해진다. 경남과 제주의 만남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