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해트트릭, 토트넘 '첫 번째의 사나이'답다

2020-09-21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해트트릭(3골)을 넘어 이른바 ‘포트트릭(4골)’을 달성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뒤 컵 대회에서 작성한 적은 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처음이다.

가레스 베일 임대 영입으로 세간의 관심은 온통 '리빙 레전드'에 집중됐지만 손흥민이 현재 베일의 뒤를 잇는 토트넘 에이스임을 입증했다. 더불어 이날 손흥민의 네 골을 모두 도운 해리 케인과 베일 그리고 손흥민을 일컫는 ‘KBS’ 라인이 보여줄 파괴력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또 손흥민은 토트넘 ‘히스토리 메이커’답게 이번에도 2020~2021시즌 팀의 리그 첫 골 타이틀까지 챙겨 눈길을 끈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 EPL 2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0-1로 뒤진 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시작으로 4골을 쓸어 담으며 토트넘의 5-2 역전승을 이끌었다.

2015년 8월 토트넘 이적 후 5시즌 만에 처음 리그에서 해트트릭에 성공한 것은 물론 자신의 정규리그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도 세웠다. 그는 앞서 2017년 3월 밀월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에서 잉글랜드 무대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중 최초이기도 하다. 아시아 선수 기준으로는 2013년 3월 노리치 시티전 카가와 신지(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7년 6개월 만에 나온 두 번째 해트트릭이다. 

토트넘은 에버튼과 리그 개막전서 지고, 로코모티프 플로브티프(불가리아)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3차예선전에서 이겼지만 졸전을 벌이는 등 출발이 좋지 않았다. 손흥민이 모처럼 대승을 이끌며 '무리뉴호'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꿔놓은 셈이기도 하다.

또 이날까지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12경기에서 10골 4도움(정규리그 8골3도움·FA컵 2골1도움)째 생산하며 유난히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토트넘

손흥민의 장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대니 잉스에 선제실점해 끌려가던 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케인의 논스톱 패스가 다소 길었지만 특유의 빠른 발로 공을 잡아낸 뒤 지체 없이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내내 고전하던 토트넘의 첫 슛이기도 했다.

후반 2분 케인의 침투 패스를 받을 때는 빈 공간으로 첫 터치를 길게 가져가며 수비를 단번에 따돌렸다. 이번엔 왼발로 골문 빈 곳을 찔렀다. 양발잡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반 19분 다시 한 번 오프사이드 라인을 허문 뒤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9분 뒤에는 케인의 크로스를 다시 왼발로 결정지었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EPL에서 3골을 넣는 건 엄청난 영광”이라면서도 “4번의 경이적인 어시스트로 내가 골을 넣게 해준 케인이 MOM(Man of the Match)으로 뽑혀야 한다”며 겸손의 미덕까지 보여줬다.

손흥민(왼쪽)이

축구 통계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과 영국 축구전문 매체 풋볼런던으로부터 모두 평점 10을 받은 건 당연하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조세 무리뉴 감독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후임으로 나선 첫 경기에서도 선제골에 도움 하나를 얹어 3-2 승리에 앞장섰다. 당시 토트넘은 리그 12위까지 추락하며 위기를 맞았고, 구단을 한 차원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포체티노 감독마저 내치며 쇄신을 노렸다. 위기의 순간 손흥민이 나서 ‘무리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그는 지난해 4월에도 토트넘의 역사를 장식했다. 크리스탈 팰리스와 새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렸다. 이어 맨체스터 시티와 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에서도 득점하며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인, 토트넘 새 시대를 상징하는 경기장에서 역사적인 UCL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 골은 토트넘이 케인의 부재 속에서도 창단 이래 처음으로 UCL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2년 연속 토트넘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골’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며 명실상부 토트넘 간판으로 거듭난 손흥민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또 다시 혹독한 경기일정 속에 부진하며 위기에 봉착한 토트넘의 반등에 선봉대장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