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남자' 쿠드롱, 더할 나위 없는 추석맞이 [TS샴푸 PBA 챔피언십]

2020-10-04     안호근 기자

[강서=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진짜 半(반) 한국 사람이 된 걸까. 어찌 이보다 더 짜릿하게 추석을 즐길 수 있을까. 프레드릭 쿠드롱(52·벨기에·웰뱅 피닉스)이 2년 연속 한가위의 남자가 되며 PBA 새 역사를 썼다.

쿠드롱은 4일 서울시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 서울에서 2020~2021시즌 PBA 2차 투어인 TS샴푸 PBA 챔피언십 결승(7전4승제)에서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37·그리스·TS·JDX 히어로즈)를 세트스코어 4-0(15-14 15-11 15-6 15-3)으로 완파했다.

지난 시즌 PBA 투어 출범 후 남자 선수 첫 2승의 주인공이 됐다.

 

쿠드롱은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4대 천왕’이자 PBA 최고 스타. 12차례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고 세계 3쿠션월드컵에선 21회 우승했다.

지난 시즌 초반엔 세트제와 뱅크샷 2점제 등 생소한 룰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상에 오르며 지난 시즌을 3위로 마쳤다.

팀리그에선 주장을 맡고도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기도 했지만 개인 투어에선 서바이벌 무대를 가뿐히 통과했고 최원준, 서현민, 강민구라는 우승 후보들을 상대로 한 수 위 실력을 뽐내며 우승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결승에서도 그 기세가 이어졌다. 1세트부터 품격 높은 경기가 펼쳐졌다. 둘 모두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는데 14-14 세트포인트에서 한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친 쿠드롱이지만 두 번 실수하지 않았다. 횡단샷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부터 분위기가 급격히 기울었다. 이번 대회 에버리지 2.192를 기록한 필리포스였지만 워낙 강한 상대를 만나 1세트를 내준 뒤 조급해진 것처럼 보였다. 실수가 적기로 유명한 필리포스지만 아쉽게 빗나가는 샷이 속출했고 한 번씩 필리포스가 매섭게 추격해도 흔들리지 않고 더 힘을 내 세트를 챙겨왔다. 3세트도 챙긴 쿠드롱은 4세트를 5이닝 만에 마무리 짓고 2승의 영예를 누렸다. 

 

이번 대회 우승을 최초 2승 외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쿠드롱의 첫 우승을 이뤘던 좋은 기억이 그대로 이어졌다. 당시도 대회 기간은 추석이었고 타이틀스폰서도, 장소도 모두 같았다. 쿠드롱은 이제 추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당구 선수가 됐다.

결승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둔 것 또한 쿠드롱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역대 결승 최단 시간 승리도 따라왔는데, 지난해 자신이 세운 90분에서 12분 앞당겨 78분까지 단축했다.

지난 1차전까지 PBA는 8차례 대회에서 모두 다른 우승자를 배출했다. 춘추전국시대라는 표현이 적확했다. 하지만 이젠 쿠드롱의 아성에 도전하는 리그가 됐다. 쿠드롱은 첫 2회 우승과 함께 1억 원의 우승상금을 추가하며 누적 2억2700만 원을 기록하게 됐다. 2위 다비드 마르티네스(1억6050만 원), 3위 필리포스(1억5550만 원)와 큰 차이를 벌렸다.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 나선 쿠드롱은 “세트스코어 4-0으로 이기긴 했지만 워낙 잘하는 선수였고 정말 어려운 경기였다”며 “마스크 쓰고 경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시국에 완벽한 환경의 대회를 열어준 PBA와 TS샴푸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많은 팬을 보유한 쿠드롱은 자신을 바라보는 꿈나무들 위해 “이런 경기에 참가해 우승한다는 게 정말 꿈 같다”며 “많은 기대주들이 좋은 기회를 많이 가져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