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프랑스오픈, 조코비치 페더러의 품격

2020-10-12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그랜드슬램 우승 20회 중 프랑스오픈이 13회다. 라파엘 나달(33‧스페인)이 곧 프랑스오픈이다.

세계랭킹 2위 나달은 11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0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1위 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를 3-0(6-0 6-2 7-5)으로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역시나 ‘클레이 황제’였다. 상대는 이날 전까지 올 시즌 전적이 37승 1패(유일한 패배는 US오픈 16강전 실격)인 조코비치였다. 게다가 나달이 조코비치와 통산전적에서 26승 29패로 밀려 아무리 장소가 클레이코트라 해도 명승부가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맥이 빠졌다. 1세트를 퍼펙트로 따낼 만큼 나달은 조코비치를 압도했다. 2세트 역시 마찬가지. 3세트 들어 조코비치가 힘을 내봤으나 게임스코어 5-5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더블폴트로 내주고 자멸했다. 결국 나달이 서브에이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프랑스오픈 100승(2패)째, 승률은 무려 98%다.

이 대회 4연패이자 프랑스오픈 13번째 트로피다.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20번째 영예. 나달은 US오픈 4회, 윔블던 2회, 호주오픈 1회를 품은 바 있다. 이로써 4위 로저 페더러(39·스위스)가 보유한 이 부문 최다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나달이 페더러보다 나이가 한참 적은 데다 페더러의 기량 하락세가 뚜렷해 나달이 페더러를 넘을 게 확실시 된다. 나달보다 한 살 적은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 제패로 통산 메이저 우승 횟수를 17회로 늘려 놓았다.

 

우승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달은 “기록이나 역사의 측면이 있지만 페더러와 동률이 됐다고 의미가 크지는 않은 것 않다. 프랑스오픈에서 또 우승한 자체로 기쁘다”며 “롤랑가로스는 나의 선수 시절 경력의 중요한 때를 보낸 장소다. 내가 이 코트와 써내려 간 ‘러브 스토리’를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달과 오랜 기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조코비치와 페더러는 품격을 뽐냈다.

메이저 통산 4번째 준우승을 거둔 조코비치는 “오늘 나달은 대단했다. 특히 1,2세트는 거의 완벽했다. 왜 ‘클레이 코트의 황제’인지 보여줬다”며 “그가 세운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고 승자를 치켜세웠다.

 

페더러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 나달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나달은 오랜 기간 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서로의 존재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 20승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메이저 20승 자격이 충분하다.”

올해 남자테니스(ATP) 투어는 나달의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윔블던이 취소되는 등 파행 운영됐다. 이 가운데 3위 도미니크 팀(오스트리아)이 US오픈 챔피언에 올라 4년 만에 메이저 ‘빅3’ 구도를 깨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