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벤투·김학범호에 없는 것 [SQ초점]

2020-11-16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지난 주말(14일~15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U-23·올림픽) 대표팀이 나란히 원정경기를 벌였다. 각각 2022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과 도쿄 올림픽 본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오랜만에 선수들을 점검하고 현 위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결과적으로 양 팀 모두 패했다.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이집트에서 내년 열릴 본선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디펜딩챔프 브라질을 만나 1-3으로 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역시 15일 피파랭킹 11위 강호 멕시코를 상대했는데 2-3 석패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K리거를 중심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고, 말 그대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표현을 들었다. 반면 벤투호는 표면적인 스코어만 놓고 보면 대등했지만 멕시코에 시종일관 밀렸고, 수비 실수로 연달아 실점하며 불안감을 자아냈다.

스포츠Q(큐)에서 양 팀에 없는 게 무엇인지 돌아봤다.

◆ 김학범호 : 견고한 국내파, 해외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번 대회 김학범호의 가장 큰 목표는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직접 살펴보는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유럽 출장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학범 감독은 해당 연령대 유럽에 진출한 인원을 최대한 소집, “해외파를 점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못 박았다.

그 결과 이승우(신트 트라위던),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 천성훈(아우크스부르크) 등 공격수를 비롯해 미드필더 백승호(다름슈타트), 김정민(비토리아SC), 센터백 김현우(NK이스트라), 이재익(로열 앤트워프) 등 유럽파가 대거 엔트리에 합류했다. 올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에 일조했던 정우영을 제외하면 모두 오랜만에 혹은 처음 김 감독 부름을 받았다.

지난 13일 이집트와 3개국 대회 1차전에서 김 감독은 해외파를 대거 선발로 기용했다. 기존 4-2-3-1 기조를 유지한 채 이승우, 정우영, 백승호, 김정민, 김현우가 스타팅라인업에 들었고, 천성훈도 후반 교체로 피치를 밟았다. 

처음 손발을 맞추는 인원이 많아 조직력이 결여된 건 당연했다. 국내에서 출국한 인원들은 시차 적응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기력이 아쉬웠고, 숱한 위기를 맞았다. 그 속에서 가장 빛난 건 해외파 필드플레이어가 아닌 K리그1(프로축구 1부) 톱 골키퍼로 성장한 송범근(전북 현대)이었다. 올림픽 대표팀은 송범근의 선방쇼에 힘입어 이집트와 1-1 무승부를 거뒀고, 14일 브라질전에서도 패배에 빛이 바랬지만 송범근은 성숙한 기량을 뽐냈다.

브라질과 2차전에서 김학범 감독은 K리거로 베스트일레븐 전원을 구성,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오세훈(상주 상무)부터 2선을 이룬 김대원(대구FC), 이동경(울산 현대), 조영욱(FC서울), 3선 미드필더 김동현(성남FC), 이승모(포항 스틸러스)까지 활발하게 움직이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강윤성(제주 유나이티드)-김재우(대구)-김강산(부천FC)-김진야(서울) 조합의 포백과 송범근까지 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 주역들이 존재감을 뽐냈다.  

주장 완장을 단 이동경이 선제골을 넣었고, 김대원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오세훈은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브라질 센터백(리안코-가브리엘 마갈레스)을 상대하면서도 몸싸움과 제공권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뽐낸 강윤성, 김진야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김 감독은 후반 이승우, 백승호를 차례로 투입해 한 번 더 기회를 줬지만 나머지 인원은 벤치를 지켰다. 이승우는 1차전에 이어 이날도 몇 차례 번뜩였고, 백승호는 세컨드 볼 상황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과 프리킥으로 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미 입지가 두터운 김학범호 국내파 자원을 위협하기엔 2% 부족했다.

이번에 A대표팀에 콜업된 원두재(울산 현대),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엄원상(광주FC), 정태욱(대구), 윤종규(서울) 등 국내파에 빅리그에서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이강인(발렌시아)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까지 선발될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호출된 해외파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아 보인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여러 선수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의미가 있고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선수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경기였지 않나 생각한다”며 “(최종명단) 윤곽이 잡혔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 어떻다'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 평가가 일부 이뤄졌고 지켜봐야 할 선수들도 있다”고 밝혔다.

◆ 벤투호 : 여전히 플랜 B는 없는 건가?

A대표팀은 선수단 일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악재 속에서도 멕시코전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가용할 수 있는 최상의 라인업을 꺼냈다. 스리톱 손흥민(토트넘 홋스퍼)-황의조(지롱댕 보르도)-이재성(홀슈타인 킬), 중원에 손준호(전북 현대), 정우영(알 사드), 주세종(서울), 수비에 이주용(전북), 권경원(상주), 원두재, 김태환(이상 울산)이 자리했다. 골키퍼 장갑은 구성윤(대구)이 꼈다.

정우영이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를 오가며 라인에 가담, 포어 리베로처럼 뛰는 스리백을 쓴 게 눈에 띄었다. 홍철(울산), 김진수(알 나스르),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민재(베이징 궈안), 이용(전북), 김문환(부산), 김승규(가시와 레이솔) 등 기존 주축 수비진이 여러 가지 이유로 빠진 상황에서 빌드업에 숨통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원두재는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이주용 역시 국제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였다. 주전을 모두 가동한 멕시코의 강한 전방압박과 빠른 전환 속에 빌드업은 흔들렸다. 특히 후반 21분부터 4분 동안 3골이나 내리 내줬는데, 모두 수비에서 나온 패스미스에 기인한 실점이었다.

또 다시 벤투 감독의 전술적 유연성 부족 문제점이 드러났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골키퍼와 센터백부터 시작하는 빌드업 축구를 강조해왔다. 이날은 주전 수비진이 모두 바뀐 상황, 코로나19 감염 여파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같은 전술을 고집했다는 게 패착이었다. 이날 중계를 맡은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공을 갖고 있을 때가 더 위험하다”며 대표팀이 공 소유 측면에서 약점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황의조가 전반 20분 만들어낸 골 장면에 힌트가 있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탈취한 뒤 상대 수비 배후로 돌아나가는 손흥민에게 공이 연결됐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린 손흥민이 정확한 왼발 크로스로 황의조의 골을 도왔다.

멕시코가 시종일관 라인을 높여 플레이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후방 빌드업에 매몰되기보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효율적인 역습을 벌이지 못한 점이 아쉽다. 후반 들어온 이강인은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권경원의 만회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이강인, 남태희(알 사드) 등 공격형 미드필더의 킬러패스를 활용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수비적으로 웅크린 상대를 만났을 때나 친선경기에서 강호들을 만났을 때나 큰 폭의 변화 없이 같은 전형, 전술로 일관했다. 때로 작은 변화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경기 중 전술적 대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투 감독도 이날 수비 실수가 많았다고 자평했다. 17일 오후 10시 오스트리아 BSFZ아레나에서 열릴 피파랭킹 57위 카타르와 일전(SBS·네이버스포츠·아프리카TV 생중계)에선 좀 더 융통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