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아' 떨친 주연 NC, '명품시리즈' 알린 조연 두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2020-11-17     안호근 기자

[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주연 NC 다이노스는 물론이고 조연 두산 베어스 역시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왜 두 팀이 최고의 무대에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NC는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2020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3으로 승리했다.

1차전이 무승부로 끝났던 1982년과 시리즈가 열리지 않았던 1985년을 제외하고 36차례 한국시리즈 중 기선제압에 성공한 팀은 27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75%. NC가 우승을 향한 7부 능선을 훌쩍 넘어섰다.

 

오랜 휴식기간을 보낸 NC로서도 걱정이 컸다. 올 시즌 9승 7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섰다고 해도 포스트시즌에선 3승 10패로 크게 밀렸다. 게다가 지난달 말 이후 보름 이상 실전 경험이 없었다. 예년처럼 해외로 나갈 수도 없었고 추워진 날씨로 인해 청백전을 치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리그 우승을 거둔 NC는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1회부터 박민우, 나성범, 양의지가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공략해내며 선취점을 뽑았다. 4회엔 박석민이 몸에 맞는 공, 권희동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8번 타자 애런 알테어가 알칸타라의 낮게 제구 된 포크볼을 걷어 올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순식간에 4-0 리드.

5,6회 드류 루친스키가 흔들리며 3점을 내줬지만 배터리의 호흡으로 위기 때마다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불펜 운영도 돋보였다. 2점 차로 쫓긴 6회초 1사 2,3루에서 김진성을 불러 올려 희생플라이로 1점만 내주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7회엔 1사 1루에서 임정호를 투입해 병살타로 또다시 위기를 지워냈다. 이후 등판한 홍성민과 원종현도 NC의 승리를 도왔다.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8회말 선두타자 나성범이 4안타 경기를 만들어내는 2루타로 밥상을 차렸고 양의지, 박석민의 외야 뜬공으로 손쉽게 1점을 추가했다.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팀 배팅이었다.

 

두산 또한 쉽게 물러서진 않았다.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으로 인해 전력투구했고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 6경기를 치르고 와 체력적 부담이 클 법했다.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지금 같아선 잘 모르겠는데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고 정수빈은 “확실히 정규시즌 한 경기에 비해 큰 경기에선 몇 배로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저력은 여전했다. 알칸타라가 아쉬운 투구로 4실점하며 쉽게 승부가 넘어가는 듯 했지만 쉽게 물러날 두산이 아니었다. 4회초 무사 1루에서 김재환의 병살타로 기회를 날리고도 다시 반격에 나섰다. 5회 박세혁의 몸에 맞는 공을 시작으로 정수빈의 2루타, 박석민의 수비 실책까지 엮어 1점을 쫓아갔다.

1사 만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병살타로 고개를 숙이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6회 투구수가 많아진 루친스키를 상대로 1사에서 허경민의 안타, 상대 포수 양의지의 타격 방해로 기회를 잡았다. 박세혁이 우중간 대형 2루타로 루친스키를 강판시켰고 김재호는 노련한 팀 배팅으로 중견수 쪽 깊게 타구를 띄워 보내며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2016년 두산에 무기력하게 4연패, 쓰라린 한국시리즈 기억을 남겼던 NC는 기선제압하며 기분 좋게 시리즈를 시작했다.

첫 경기를 내준 두산으로서도 끈질긴 저력을 보이며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불펜 투수들도 깔끔한 투구를 펼치며 손해를 최소화했다. 2차전 반격을 시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날 고척스카이돔에 오픈된 8200석은 매진됐다. 자칫 시시하게 끝날 수도 있었던 경기는 ‘역시 한국시리즈’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작했다. 이동욱 NC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각각 7차전, 6차전 승부를 예상했다. 왜 양 팀 수장이 장기전을 예상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한국시리즈 서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