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찬의 발, 두산의 확실한 무기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020-11-19     민기홍 기자

[고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이유찬(22)의 발, 두산 베어스의 무기다.

이유찬은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0 신한은행 쏠(SOL)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에 대주자로 출전, 1득점을 기록했다.

두산이 4-1로 앞선 8회초였다. 선두타자 최주환이 안타로 나가자 김태형 감독은 이유찬을 호출했다. 이어 나온 김재환이 큼지막한 좌익수 플라이를 쳤다. 이유찬은 리터치 후 2루로 달렸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세이프. 프로야구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1,2루 언더베이스였다.

이유찬(왼쪽)이

 

번뜩이는 재치로 두산 팬들을 열광시켰던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전승신화 멤버, 고영민 두산 코치를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공교롭게도 이유찬의 등번호가 고 코치가 현역 시절에 달았던 14번이다.

센스로 스코어링 포지션에 자리한 이유찬은 결국 2사 후 터진 김재호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았다. 자신의 통산 첫 한국시리즈 득점이자 김재호를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만들어준 쐐기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두산이 마무리 이영하의 제구 난조 속에 9회말 3실점하는 바람에 이유찬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만일 이유찬의 진루가 없었다면 스코어 4-1에서 NC가 보다 더 두산을 압박할 수 있었다.

앞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유찬을 투입했을 때는 무조건 승부”라고 말했다.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였다. “중요할 때, 승부처일 때 대주자 1순위는 이유찬”이라고 못을 박았다. “투수의 퀵모션이 1.25초를 넘으면 이유찬을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전날 플레이오프 1차전, 이유찬은 2-2로 맞선 9회초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등장했고 오재원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KT 마무리 김재윤이 피치아웃을 했는데도 살았다. 희생번트 때 3루를 밟은 그는 김인태의 우전 안타 때 득점했다. 결승점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5일 LG(엘지)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이유찬은 8-7이던 9회초 무사 1루에 대주자로 나서 한 몫 했다. 허경민의 희생번트 때 LG 마무리 고우석이 1루로 악송구한 틈을 타 홈까지 파고들었다. 상대 포수 이성우가 미처 예상하지 못해 태그도 못한 플레이였다.

가을야구는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이 등판해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다득점 승부가 드물다. 때문에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한 점의 중요성이 커진다.

2010년대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강명구 현 삼성 코치를 대주자 요원으로 중용해 재미를 봤다. 고영민‧강명구 등 ‘주루 고수’ 선배들의 향기를 내뿜는 이유찬의 존재는 두산에 자신감을, NC에 부담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