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합니다', KBO리그 찾는 새 외국인들은? [프로야구]

2020-12-15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적을 명 받았습니다.”

자유계약선수(FA) 영입전으로 후끈한 스토브리그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외국인 선수 보강이다. 많은 구단들이 우선적으로 재계약에 힘을 쓰고 있지만 너무 잘해도, 그 반대여도 외국인 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구단들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과 계약 소식을 하나 둘 전하고 있다. 내년엔 어떤 선수들이 새롭게 KBO리그를 누비게 될까.

 

시즌을 일찌감치 마친 구단들의 움직임이 빨랐다. SK 와이번스는 타자 제이미 로맥과 5년 연속 함께하기로 했다. 그러나 투수는 달랐다. 지난 시즌 아쉽게 1위를 놓친 SK는 올해 9위로 추락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탓이 컸다. 리카르토 핀토는 최다패(15패) 투수였고 닉 킹엄은 시즌 초반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SK는 빠르게 움직였고 정규시즌을 마치자마자 우투수 윌머 폰트(30), 아티 르위키(28)와 계약을 발표했다. 폰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 출신으로 최근 3년간 빅리그에서만 공을 던졌던 투수다. 193㎝ 큰 키에서 뿌리는 최고 시속 154㎞ 빠른공은 벌써부터 기대감을 자아낸다.

르위키 또한 빅리거 출신이다. 다만 커리어 대부분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보냈다는 건 폰트와 차이점이다. 르위키도 큰 키(190㎝)를 앞세운 강속구가 강점. 더불어 제구력도 뛰어나고 감춤 동작(디셉션)이 훌륭해 상대하는 타자들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하위에 머문 한화 이글스도 외국인 협상을 마무리했다. 모두 물갈이했다. 눈에 띄는 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술을 마치고 시즌 초반 SK를 떠나며 ‘워크에씩(직업정신)’ 의문이 뒤따랐던 킹엄을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한화는 196㎝ 큰 키에서 꽂는 150㎞ 이상 빠른공과 미국 무대에서 풍부한 경험, 이닝이터로서 자질 등을 높게 샀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낮은 몸값. 지난해 워윅 서폴드(130만 달러), 채드 벨(110만 달러)에 쓴 금액의 절반 수준인 105만 달러로 킹엄(55만 달러)과 라이언 카펜터(30, 50만 달러)를 영입했다. 금액이 선수 평가의 절대적 조건은 아니라고 하지만 투자에 인색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남겼다.

타자도 교체했다. 브랜든 반즈 대신 라이온 힐리(28) 영입에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1루와 3루를 소화할 수 있는 힐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등에서 뛰며 MLB에서 62홈런을 쏘아올린 거포다. 정민철 단장은 “공격적인 성향이면서도 S존 컨택률이 높다는 점과 훌륭한 타구질을 갖추고 있어 내년 시즌 우리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댄 스트레일리(120만 달러), 딕슨 마차도(1+1년, 최대 145만 달러)를 붙잡고 아드리안 샘슨을 대체할 투수로 앤더슨 프랑코(28)를 데려왔다. 50만 달러로 큰 금액을 들이진 않았으나 150㎞ 강속구를 던질 줄 알고 준수한 컨트롤과 체인지업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난해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5경기 평균자책점(ERA) 3.38을 기록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에릭 요키시(90만 달러)를 붙잡았는데, 에디슨 러셀, 제이크 브리검과는 이별했다. 브리검을 대신할 조쉬 스미스(33, 60만 달러)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데뷔해 오클랜드, 보스턴 등을 거쳤다. 140㎞ 중반대 속구와 슬라이터, 컷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데, 속구 피안타율이 0.158에 그칠 정도로 정교한 제구를 구사하는 투수라는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선수 교체가 쉽지 않기에 실전공백 리스크를 줄이고 이닝이터 면모를 높게 샀다는 게 키움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달 24일까지 한국시리즈를 치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는 아직 외국인 선수와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특히 두산의 상황은 심각하다. 내부 FA 최주환(SK)과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을 잃은 두산은 미국으로 떠난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에 이어 라울 알칸타라까지 일본프로야구(NPB)에 빼앗길 것으로 보여 내년 전력구성에 어려움이 커졌다.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는 재계약 협상 중이다.

NC는 드류 루친스키, 애런 알테어와는 재계약을 추진 중이지만 마이크 라이트를 대체할 투수 수급은 시급하다. KT 위즈는 윌리엄 쿠에바스와는 재계약(100만 달러)에 성공했지만 시즌 MVP 멜 로하스 주니어가 NPB 한신 타이거스로 떠나며 커다란 공백이 생겨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대부분 구단이 외국인 선수 재계약에 우선적으로 나서고 있어 구성이 완료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 무대 진출을 원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아졌다고는 하나 즉각적인 접촉이 어려워 협상에 걸림돌이 커진 상황이다. 어떤 구단이 보다 발 빠르게 움직일지가 여느 스토브리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