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알렉스 미스터리, 챔프전은 '복통'더비? [SQ현장메모]

2021-04-15     김의겸 기자

[장충=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갑분설(갑자기 분위기 설사(?))'

복통이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 우리카드 주포 알렉스(30)는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홈경기 선발명단에 들었지만 경기를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1세트 막판 서브 몇 개를 때린 게 전부였다.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목전에 뒀던 우리카드는 주포 부재 속에 세트스코어 0-3 완패를 당했다.

알렉스는 경기 당일 새벽 복통과 설사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구토 증상도 보였다. 하지만 스스로 별 일 아니라고 치부했던 건지, 경기 시작 직전까지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결국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을 당황시켰다.

알렉스가

알렉스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빠졌는데, 웜업존에 머문 게 아니라 화장실로 달려갔다. 1세트 막판 다시 투입됐지만 날개 공격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이후 벤치만 지켰다.

경기 앞서 "알렉스는 섬세한 살모사"라며 승부사 기질을 칭찬하고, 활약을 기대했던 신 감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신 감독은 "새벽부터 속도 안좋고, 설사도 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안 좋았다는데, 미리 알리지 않아 병원 진료도 받지 못했다. 오전 10시 반에 미팅했을 때도 아무 말이 없었다"며 "경기 시작하자마자 탈이 나 화장실에 갔다"고 설명했다.

좋지 않은 몸 상태를 왜 사전에 알리지 않았을까. 신 감독이 이에 대해 물었는데 알렉스는 고개만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1세트 막판 본인이 뛰겠다고 해서 코트에 들어섰으니 정신력으로 버텨내려고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상대 팀 주공격수 요스바니 역시 3차전 복통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 경기에 나선 사실이 알려졌다.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지금은 괜찮지만 이틀 전 복통이 있었다. 장 쪽에 문제가 있어 설사도 했다. 정신적으로 얼마나 무장됐는지가 중요하다. 40명 되는 양 팀 선수에게 물었을 때 문제가 없다고 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며 "요스바니는 아픈 상태에서 3차전을 치렀다. 절대 뛰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 선수"라고 정신력을 높이샀다.

3~4차전 요스바니가 다소 난조를 보인 데 대해 그는 "오전 미팅 때 요스바니가 '어느 포지션이든 뛸 준비가 돼 있다며 넣어달라'고 했다. 프로가 가져야 할 의식과 태도다. 지난 이틀 정도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2경기를 소화했다. 우리는 프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요스바니는 5차전도 준비할 것이다. 5일 동안 4경기를 해야 하니 신체나 기술적인 것을 뛰어넘는 게 작용할 것"이라고 힘줬다.

공교롭게 전날 알렉스와 산틸리 감독이 이례적으로 코트 옆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양 팀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던 승부사 알렉스가 이날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없는 몸 상태 속에 팀 패배를 지켜만 봐야 했으니 아이러니하다.

대한항공 주장 한선수는 "오늘 이겼지만 우리카드가 베스트로 나오지 않았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며 "챔프를 가리는 경기인 만큼 5차전 때는 우리카드가 최상의 전력으로 나섰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