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추신수 이대호, 노병은 죽지 않는다 [프로야구]

2021-04-21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형우(38·KIA 타이거즈) 그리고 추신수(SSG 랜더스)와 이대호(이상 39·롯데 자이언츠)가 일제히 맹타를 휘둘렀다. 각 구단 중심타선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노병들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KIA(기아) 주포 최형우는 역대 통산 12번째 2000안타 금자탑을 세웠다.

최형우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엘지) 트윈스와 2021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원정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2-1로 앞선 5회초 2사 1루 우월 투런포로 2000번째 안타를 장식했다.

최형우는 앞서 1회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1999번째 안타를 만드는 등 멀티홈런으로 KIA의 6-3 승리에 앞장섰다.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최형우는 그해 10월 18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프로 첫 안타를 생산해냈다. 이후 통산 1000안타에 도달하기까지 13년이 걸렸는데, 다시 6년 만에 2000안타 대기록을 세웠다. 1722경기 만에 쓴 역사다. 이병규 현 LG 타격 코치(1653경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소경기 2000안타 달성 선수가 됐다.

최형우는 2005시즌이 끝난 뒤 삼성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그해 경찰 야구단에 입단한 뒤 타격에 눈을 떴고, 2008년 전역과 동시에 삼성에 재입단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한때는 전력 외로 분류됐던 그지만 안타를 쌓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삼성 재입단 이후에는 탄탄대로였다. 2016년까지 삼성 공격을 이끌었고, 2017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뒤 KIA로 이적해 간판타자로 활약 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를 마친 뒤 그는 "(데뷔 초) 당시에는 안타를 치려고 매일매일 버텼던 때"라며 "내가 2000안타를 쳤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감격했다.

최형우는 "다른 형들은 어려서부터 야구를 잘했다면 난 뒤늦게 야구를 잘하게 됐다. 아직 내겐 힘과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서 "(양준혁처럼) 나도 2000안타를 친 뒤 모자를 벗고 관중들에게 인사를 해보려고 했지만, 홈런을 치고 들어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중심타자라면 은퇴할 때까지 책임을 완수해야 하기에 최다타점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역대 최다타점 1위는 이승엽(은퇴·1498개)이다. 최형우는 이날 4타점을 보태 1346개로 이 부문 현역 1위이자 전체 4위를 달리고 있다.

또 시즌 초반 부진을 두고 "마치 다른 사람이 와서 스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스스로에게 무척 화가 났다"며 "아직도 스윙이 완벽하지 않지만, 오늘 팀도 승리하고 장타도 나와 앞으로 (좋은) 타격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형우보다 한 살 많은 1982년생 동갑내기 추신수와 이대호도 훨훨 날아올랐다. 최형우와 마찬가지로 시즌 초 이어진 부진을 털어낸 활약이라 기대를 모은다.

추신수는 같은 날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을 통해 KBO리그에서 처음 한 경기에 홈런 2개를 때려냈다. 4회초 1사 1루에서 우월 투런, 8회 1사 무사에서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KBO리그 적응을 마친 걸까. 지난 16~17일 KIA전 연속 경기 홈런을 때린 그가 히팅 감각을 뽐냈다. 시즌 4·5호포를 가동, 애런 알테어(NC 다이노스·8개)에 이어 리그 홈런 2위로 올라섰다. SSG도 10-7로 이겼다.

지난 주말 삼성전 안타 하나 없이 마친 롯데 이대호도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남겼다. 1회말 2사 1루에서 좌전 안타로 주자를 득점권에 보냈다.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쳤다. 롯데는 10-5로 두산을 완파했다.

최형우와 추신수, 이대호 모두 개막 이후 지난주까지 기대에 못 미쳤다. 최형우는 타율 0.226 홈런 1개에 머물렀고, 뒤늦게 팀에 합류하는 바람에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추신수도 타율 0.186으로 부진했다. 이대호가 타율 0.269로 그나마 나았지만 4번 타자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은 아니었다.

불혹에 다다른 한국 대표타자 3인방이 조금 늦게 시동을 거는 걸까. 초반 부진을 털어내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