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날려버린 개막전 시구 해프닝

2014-03-28     박용진 편집위원

[스포츠Q 박용진 편집위원] 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전이 29일에 열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개 구단 체제로 2년째 정규리그 일정을 편성해, 팀당 128경기씩 치르게 된다. 제10구단 kt 위즈는 금년 퓨처스리그에 가세하고 1군에는 2015년 편입된다.

개막전 대진은 2012년도 순위를 기준으로 1-5위, 2-6위, 3-7위, 4-8위 팀 간 경기로 짜였다. 이에 따라 삼성-KIA(대구), SK-넥센(문학), 두산-LG(잠실), 롯데-한화(사직)가 개막 2연전에서 격돌한다.

개막전의 볼거리중 하나는 시구인데 시구자가 누구인가에 팬들의 관심이 높다. 프로야구 원년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MBC와 삼성의 개막전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시구를 맡는 등 프로야구 초창기의 단골 시구자는 정치인이었다.

1983년에는 이원경 체육부장관이 개막전 시구를 맡았고 이듬해에도 개막전 3경기에 체육부 차관과 서울시장, 인천시장이 나섰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내내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의 영광은 늘 장·차관이나 광역단체장, 구단주, 언론사 사장 등 사회 권력자들의 차지였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1989년이었다. 새 흐름을 주도한 것은 연예인이었다. 4월8일 해태와 빙그레의 광주 개막전에서 당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영화배우 강수연이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시구했다. 또 같은 날 잠실 개막전에서는 OB 베어스의 성인회원 1호였던 이국신 씨가 시구하는 등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통이 깊은 미국 야구의 개막전 시구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1940년 4월16일 일어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시구 때 벌어진 해프닝이 가장 재미있다.

30년 전 월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이 시작했던 의식(1910년 시즌 개막일에 구심 빌리 에번스가 경기 개시 직전에 대통령 석으로 가서 태프트에게 "첫 번째 공을 던져 주시겠는가" 물었을 때 대통령이 반갑게 받아 들었다)을 이어받아, 루즈벨트 대통령이 4월의 어느 날 오후 워싱턴 그리피스 구장의 마운드에 올랐다.  이것이 시구의 시작이다.

앞선 다섯 대통령들처럼 루즈벨트 대통령도 오른손 잡이였다. 팔매질이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전에 던졌던 다른 대통령 시구자들과는 달리 엄청난 실수를 범한다. 워싱턴 세너터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이 앞에 모여선 가운데 멋지게 팔을 들어 올려 시구를 했는데...

던진 공이 그만 워싱턴포스트지 어빙 슈로센버그 기자의 카메라를 정통으로 맞혀버리고 말았다. 그 카메라는 대통령의 시구 모습을 찍은 것이었을 텐데 말이다.

루즈벨트는 개막 시구를 가장 즐거워했던 대통령으로 8년이나 그 명예를 이어갔다. 여덟 번의 풍부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시구를 못 했던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말고도 개막전 시구를 했던 대통령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삼성라이온즈의 개막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개막전은 아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대전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나서 공을 던졌다.

2014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에서 어떤 재미난 장면이 나올까 기대해 보는 것도 프로야구 관전의 또 다른 재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