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보는 이만수, 따뜻한 말 한마디 가치

2021-12-23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허인서(순천효천고)와 조세진(이상 18·서울고). 올해 고교리그에서 가장 빛난 선수 중 하나이자 프로야구 레전드 포수이자 거포였던 이만수(63)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의 선택을 받은 남자들이다.

허인서와 조세진은 지난 21일 제5회 이만수 포수상 및 홈런상 시상식에서 각각 포수상과 홈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2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각각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들에겐 데뷔 전 한 번 더 주목을 받는 동시에 동기부여가 되는 계기가 됐다.

 

통산 1449경기에서 타율 0.296 252홈런 860타점 624득점을 기록했던 삼성 라이온즈 영구결번(22번)자 이만수 이사장은 포수 골든글러브 5차례, 홈런왕 3차례를 차지하며 아직까지도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현역 유니폼을 벗은 뒤 코치와 감독 등을 거친 이만수는 헐크파운데이션을 설립해 후학 양성에도 힘 쏟고 있고 그러한 일환으로 2017년 이만수 포수상·홈런상을 제정해 고교야구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포수상은 강한 어깨와 일발장타 능력을 갖춘 포수 허인서와 올 시즌 홈런을 비롯해 타격 전 부문을 독식한 5툴 플레이어 조세진이 선정됐다.

이 이사장은 허인서에 대해 “오래전부터 지켜본 선수다. 동시대 고교 포수 중 포구와 송구가 뛰어나다. 내 전성기 시절 못지않다. 타자로도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고 조세진에겐 “공수주를 모두 겸비한 초대형 외야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프로야구 대선배인 이 이사장은 두 후배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허인서에겐 “포수는 불펜에서 투수 공을 많이 받아야 한다. 우리 팀 투수 습성 빨리 파악해 사인미스 하더라도 투수 습관 때문에 공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포수의 첫째 조건이다. 우리팀 투수를 모르면 상대 타자를 알 수 없다. 우리 투수를 잘 알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받아라”고 말했다.

 

조세진에겐 “끝날 때까지 배트 스피드가 빨라야 한다.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면 옷 벗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타격을 할 때 절대 몸이 먼저 나가지 마라. 제자리에서 스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러한 조언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김형준-한동희(2017년), 김도환-변우혁(2018년), 강현우-안인산(2019년), 손성빈-박찬혁(2020년)이 모두 고교 시절 가장 뛰어난 포수와 거포로 주목받았으나 아직까지 프로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할 만한 선수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프로의 벽이 높고 고교리그에서 활약으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고 간절한 당부를 남긴 것.

더불어 이 이사장은 둘에게 축하를 전하며 “하나 부탁하고 싶은 건 잘하는 선수보단 훌륭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며 “최고의 선수가 되고 나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선수가 되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 제4대 감독에서 물러난 뒤로는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를 심었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재능을 기부했다. 라오스에서 야구장 건립까지 매듭짓는 등 초석을 다진 그는 이제 베트남에도 야구를 전파하고 있다. 

소중한 조언을 들은 허인서와 조세진은 “직접 상을 받아 더욱 영광”이라면서 “이만수 감독님 같은 선수가 돼 선행을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이사장의 조언은 아직 프로 무대를 겪지 못한 두 유망주에겐 더 없이 값진 한 마디였다. 프로 입단 전부터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선수가 돼야 할지까지도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