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팀킴 새 역사 '전성기, 다시 지금부터'

2022-03-29     김의겸 기자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이 다시 한국 컬링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로 동계올림픽 4강 진출 실패 아쉬움을 날렸다. 지난 4년간 마음고생을 어느 정도 보상받는 성과이기도 하다.

팀 킴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프린스 조지에서 열린 2022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스위스에 6-7 석패해 준우승했다.

비록 결승에서 졌지만 한국 컬링 사상 이 대회 최고성적을 냈다.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 있는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이 결승에 오른 건 남녀 4인조와 혼성(믹스더블) 2인조 종목을 통틀어 최초다.

국내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영미' 신드롬을 일으키고, 은메달까지 목에 걸며 스타덤에 오른 팀 킴이지만 이후 4년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 컬링 새 역사를 써내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진=AP/연합뉴스]

2018년 11월 팀 킴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과 그의 딸 김민정 전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감독, 사위 장반석 전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감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충격적인 고백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 대한체육회가 합동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이듬해 2월 선수들이 제기한 인권 침해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팀 킴이 피해를 받은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후에도 팀 킴은 한동안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코리아컬링리그가 생길 만큼 컬링 인기는 이전과 비교해 올라갔지만, 정작 팀 킴은 제대로 훈련하지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설상가상 주장인 스킵 김은정마저 출산으로 팀을 이탈하면서 결국 태극마크도 2년간 다른 팀에 내줘야 했다.

팀 킴은 2020년 11월 다시 태극마크를 달면서 재기에 나섰다. 출산 후 돌아온 김은정을 중심으로 서드 김경애, 세컨드 김초희, 리드 김선영, 후보 김영미 등 평창 멤버가 다시 모여 합을 맞췄다. 경북체육회를 떠나 잠시 무소속으로 지내던 그들은 강릉시청에 입단한 뒤 안정을 되찾았다. 동계올림픽 컬링 경기가 열렸던 컬링센터가 자리한 강릉에서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팀킴이

소속팀의 체계적인 지원 속에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준비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원하는 결과를 내진 못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회에 참가한 14개 팀 중 7위(7승 6패)에 머물며 올림픽 직행에 실패했다.

그해 7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자리에서 태극마크를 유지한 팀 킴은 12월 남은 올림픽 티켓 3장이 걸린 올림픽 자격대회에 나섰다.

예선을 2위(6승 2패)로 통과한 팀 킴은 본선 1경기에서 숙적 일본에 패해 벼랑 끝에 몰렸다. 패하면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라트비아와 본선 2경기에서 승리하며 2연속 올림픽 진출을 확정했다.

그렇게 어렵게 출전한 올림픽이었건만 팀 킴은 조별리그에서 4승 5패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1승만 더 거뒀으면 올림픽 2연속 메달 획득도 가능했던 만큼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그렇게 올림픽이 끝나고 한숨 돌린 팀 킴은 한 달 만에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일을 냈다. 꾸준히 경기감각을 끌어올린 덕에 잃어버린 평창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예선 6연승을 달리다 유럽의 강호 덴마크와 스웨덴, 스위스에 3연패를 당하며 위기에 빠졌지만 홈팀 캐나다와 10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하며 반등했다. 이어 2승을 더 보태 2위(9승 3패)로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캐나다를 다시 만난 팀 킴은 9엔드에서 승부를 뒤집은 뒤 마지막 10엔드에서 2점을 스틸하면서 한국 컬링 사상 처음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준우승 확정 후 김은정은 "경기 초반 스위스에 3점을 주며 끌려갔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박빙의 승부를 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한국 컬링이 결승에 올라갔다는 것, 세계 무대에서 이런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나머지 선수들도 SBS를 통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결과가) 속상하기도 하고 아쉬웠는데, 세계선수권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한 번 더 본 것 같다"며 "포디움 올라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