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현-박민지 넘은 임희정, 교통사고 극복한 퍼펙트샷 [KLPGA]

2022-06-20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교통사고란 크나 큰 악재도 ‘사막여우’의 앞길을 막아서진 못했다. 임희정(22·한국토지신탁)이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새 역사를 써냈다.

임희정은 19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 원)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기록, 4라운드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시즌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 제패로 장식한 임희정은 한국여자오픈 최소타 우승 신기록을 써내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만큼 이번 대회 임희정의 샷은 하나 하나가 예술이었다.

 

2위 권서연(21·우리금융그룹)을 6타차로 따돌린 임희정은 시즌 첫 우승이자 KLPGA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해 8월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메이저대회에선 2019년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제패 이후 두 번째.

이번 대회 임희정은 티샷과 아이언샷, 어프로치, 퍼터까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그 결과 한국여자오픈 종전 최소타 기록인 2018년 오지현(26·대방건설)과 작년 박민지(24·NH투자증권)의 271타를 넘어설 수 있었다.

지난 4월 교통사고를 당했던 터라 더욱 놀라운 성과다. 사고를 당한 뒤 6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기권과 컷 탈락도 한 차례씩 있었고 10위 이내 입상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3위 한 번에 그치는 등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근육이 빨리 뭉치는 등 사고 후유증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임희정은 이번엔 전혀 다른 샷 퀄리티를 보여줬다.

첫날(4언더파)에 이어 2,3라운드 연속 6언더파로 쾌조의 샷감을 보인 임희정은 6타차 선두로 여유 있게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1번 홀(파5)과 2번 홀(파4)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라운드 초반부터 우승을 예감케 했다. 샷 하나 하나마다 자신을 따르는 구름 관중들을 열광케했다.

 

박민지 등의 추격도 있었으나 7번 홀(파5)과 11번 홀(파3)에서 다시 타수를 줄이며 추격을 허용치 않았다. 15번 홀(파4) 이날 유일한 보기를 적어내고도 우승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투혼의 우승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희정은 “몸컨디션은 썩 좋지 않지만 이번 대회만 견디자”는 자세로 나서 새 역사를 써냈고 3억 원에 달하는 우승상금까지 손에 넣었다. 상금랭킹에서도 단숨에 2위(4억619만 원)로 뛰어올랐다.

2019년 3승을 수확한 뒤 이듬해 부침을 겪었던 그는 지난해 다시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을 기대케 했다. 우승은 한 차례였지만 상금 랭킹(9억9166만 원)은 2위로 완전히 반등에 성공한 모양새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시즌 전 특훈에 나서며 보완점을 메웠다. 당초 올 시즌 목표를 3승으로 잡을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시즌 초반부터 불의의 교통사고가 닥쳤으나 좌절하지 않았다. 실패를 반복했으나 위기 속에서도 강해지는 법을 깨우쳤다. 임희정은 “아픈 몸으로도 원하는 샷을 해낼 수 있었다는 게 큰 성과”라며 “숏트게임 연마에 집중했던 게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우승으로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었다는 그는 “우승하면 울 것 같았는데 막상 우승하니 눈물이 안 났다”며 “작년에 2년 만에 우승하고는 울었다. 아마 (우승 간격이) 1년이 넘어야 눈물이 나나 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한 상태는 아니다.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치른 뒤엔 한 차례 쉬어갈 예정이다. 좋은 샷 감각을 보였던 터라 욕심이 커진다. “2주 연속 우승도 하고 싶다”며 “다음 대회를 치르고 나면 대회 한번은 쉬기로 했기 때문에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챔피언십에서 고진영(27·솔레어)과 연장 승부 끝 패배했던 임희정도 LPGA 진출에 대한 야심은 품고 있다.

다만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다. “올해는 미국 무대 도전은 하지 않겠다. 교통사고가 없었다면 하반기에 도전할만했겠지만 올해는 아닌 것 같다”며 “그러나 앞으로 기회가 오면 도전하겠다”고 욕심은 숨기지 않았다.

당장은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며 국내 대회에만 매진할 예정이다. 2019년 신인 때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른 임희정은 “나머지 (3개) 메이저 트로피를 다 갖고 싶다. 특히 한화 클래식 정상이 당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