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영 사임, 롤러코스터 같았던 3년 [프로야구]

2022-08-02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팀 역대 최다인 13연패. ‘허파고’라는 극찬에서 퇴진운동까지. 2시즌 반 동안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낸 허삼영(50)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삼성 라이온즈는 1일 “허삼영 감독이 올 시즌 부진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겠다며 7월 31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마친 뒤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고 밝혔다.

3년 계약기간을 채 다 마치지 못한 채 허 감독은 스스로 옷을 벗었다. 남은 시즌은 박진만(46) 감독 대행 체제로 이어간다.

 

부임 초기엔 팬들로부터 많은 우려를 샀다. 삼성 출신이긴 했으나 선수로선 부상 등으로 굵직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그였다. 1군 통산 성적은 4경기 2⅓이닝 평균자책점(ERA) 15.43에 불과했다.

은퇴 후 허 감독은 1996년 훈련지원요원으로 라이온즈에 입사했다. 1998년 이후에는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하며 KBO리그에서 손꼽는 전력분석원으로 자리잡았다. 2019년 9월 30일 새 감독을 찾던 삼성은 코치 경험이 전무한 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파격인사였기에 팬들뿐 아니라 야구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첫해 삼성은 8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허 감독에 대한 평가는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144경기에서 137개의 다른 라인업을 실험했다. 파격적인 실험으로 ‘허파고’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엔 114개의 공격 라인업을 사용하며 10개 구단 중 라인업 변화가 가장 적었다. 그만큼 첫해 경험을 통해 가진 확신을 바탕으로 팀을 영리하게 운영했다. 정규리그에서 순항한 삼성은 KT 위즈와 끝까지 동률을 이뤄 순위결정전까지 치른 뒤 아쉽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가을야구에선 경험 부족을 나타내며 3위에 그쳤으나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완전히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부상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주축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고 이후 구자욱, 김상수, 양창섭, 김지찬, 이재현, 데이비드 뷰캐넌, 백정현 등이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려 팀을 정상적으로 이끌어 가는 게 어려웠다.

다만 “부상자 관리도 결국 감독의 책임”이라는 허 감독의 말처럼 이 과정에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다양한 라인업을 내세우면서도 부진한 선수를 꾸준히 활용하며 비판을 받았다. 최근엔 팀 역대 최다인 13연패에 빠졌고 팀은 9위까지 내려앉았다. 팬들은 허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트럭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퓨처스(2군) 감독을 맡던 박진만은 현역시절 최고의 유격수로 영리한 야구를 펼치던 인물이다. 삼성의 내야를 든든히 지켰다. 은퇴 후 꾸준히 지도자 경험을 쌓은 그는 차기 감독감으로 꼽히기도 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지휘봉을 잡게 됐지만 내년과 그 이후를 바라보고 팀 재정비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