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또 탈락, 일본전 '캥거루 스텝' 나비효과? [카타르 월드컵]

2022-12-02     안호근 기자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일본, 코스타리카에만 죽음의 조라는 생각은 완전한 오산이었다. 결국 죽음을 당한 건 독일이었다.

독일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코르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1차전 일본전 패배 나비효과가 너무도 컸다. 1승 1무 1패(승점 4)을 기록한 독일은 같은 시간 스페인이 일본에 1-2로 졌음에도 골득실(1-6)에서 크게 밀려 2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에 맞닥뜨려야 했다.

 

조 추첨 당시부터 E조는 죽음의 조라고 불렸다. 피파랭킹 7위 스페인과 11위 독일이 한 조에 있다는 이유였다. 일본(24위)과 코스타리카(31위)는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첫 경기부터 예상이 빗나갔다. 일본이 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둔 것. 앞서가던 독일은 방심했고 심지어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는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캥거루 스텝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를 주도했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으나 순간의 방심으로 동점골을 내줬고 승리를 위해 조급함을 나타내다 역습에 당해 충격적인 패배를 떠안았다.

반면 스페인은 1차전에서 코스타리카를 7-0으로 잡고 골득실과 다득점에서 매우 유리하게 시작했다.

독일은 2차전 스페인전에서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며 1-1 무승부를 거뒀고 코스타리카가 일본을 1-0으로 잡아냈음에도 자력 16강 진출 경우의 수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이날 먼저 웃은 건 독일과 스페인이었다. 독일에선 세르주 그나브리(바이에른 뮌헨)가 전반 10분, 스페인에선 알바로 모라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선제골을 넣었고 이대로 전반이 끝났다. 45분만 잘 버티면 스페인과 독일이 1,2위로 16강에 오르는 그림이었다.

공은 둥글다는 표현 만큼 이날 경기를 잘 나타내주는 말은 없었다. 승부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면으로 흘러갔다. 후반 3분 일본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의 한 방이 골망을 흔들었고 3분 뒤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의 역전골로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심지어 독일은 코스타리카에 연속골을 내줬다. 이대로 경기가 종료되면 일본과 코스타리카가 나란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절박해진 독일은 총공세에 나섰고 결국 이후 3골을 몰아치며 4-2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독일의 역전 소식을 전해들은 것일까. 스페인은 승점 사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자 이번 대회에서도 저력을 보여준 크로아티아를 만나야 한다. 반면 조 2위는 모로코를 만난다. 모로코의 기세가 무섭기는 해도 크로아티아보다는 덜 까다로운 상대라는 게 중론이다.

경기 끝까지도 스페인은 침착한 패스플레이로 운영을 하면서 무리하게 공격에 힘을 쏟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독일의 많은 골이 오히려 스페인엔 긴장을 내려놓게 만드는 효과로 이어졌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결국 일본이 조 1위, 스페인이 2위로 16강에 나서게 됐다.

4년 전 한국에 0-2로 덜미를 잡혀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독일은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의 희생양에 등극하며 월드컵 치욕사를 또다시 갱신했다. 

이로써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진표가 단 4자리를 빼고는 모두 주인을 찾았다. E조 1위 일본은 F조 2위 크로아티아와 오는 6일 0시에 격돌하고 E조 2위 스페인은 7일 0시 F조 1위 모로코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