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항저우를 점령하라

2023-08-29     김진수 기자

[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페이커’ 이상혁(27·T1)을 포함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종목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는데 1차전 베트남전을 보조 경기장에서 치렀다. 대회 관계자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었다.

베트남전을 이긴 뒤 1시간 30분가량 주어진 휴식 시간은 점심 시간이었다. 주최 측은 식빵 세 봉지만 제공했다. 도핑 문제 때문에 제공된 음식만 먹었지만 열악한 환경이었다. 심지어 경기 중간에는 통신 장애 때문에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결승까지 올라갔다. 결승에서 신흥 강호 중국에 아쉽게 패했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 조성주(26·진에어 그린윙스)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이 거둔 성적치고는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돌았다.

당시 이상혁은 패배를 인정하면서 “환경이 열악하기는 했지만 모두 똑같은 환경이다”이라고 했다.

28일

이상혁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당시 아시안게임은 한국 e스포츠를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는 커다란 변곡점이 된 대회였다. e스포츠가 공중파 3사에서 중계가 되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5년이 지난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잡은 올해 이상혁은 금메달을 꿈꾼다.

이상혁은 28일 항저우 대회 e스포츠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5년 전에는 은메달에 그쳤지만,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믿음 하나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28일

이상혁은 LoL 메이저 국제대회와 국내대회 최다 우승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연봉은 수십억에 이르는 e스포츠계 슈퍼스타다.

그는 “앞으로 준비 기간에 스스로 실망하지 않고 노력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그만큼 노력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손목 부상에 대해선 ”최근 치유가 많이 돼 게임하는 데 지장은 없다“며 "부상 기간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 여러 챔피언을 연습하지 못한 게 가장 (영향이) 크지 않나 본다"고 했다.

페이커와 미드 라이너(중앙 라인)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쵸비’ 정지훈(23·Gen.G)은 ”경쟁보다는 서로에게 협력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균 LoL 국가대표팀 감독은 ”오는 수요일부터 합숙훈련에 들어가는데, 선수들의 실력은 이미 정상급이고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기 때문에 합만 맞추면 될 것이라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LoL을 포함해 ▲PUBG(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파이터 V ▲FIFA(피파) 온라인 4 등 4개 종목에 출전한다. LoL 6명, PUBG 모바일 5명, 스트리트파이터 V 2명, 피파 온라인 4 2명 등 총 15명이 나선다. 선수들의 훈련 장소는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내 서울게임콘텐츠센터다. 개인종목별 훈련을 하며 물리치료, 심리 상담을 한 자리에서 받을 수 있다.

한편, e스포츠 국가대표 공식 파트너인 서울시는 이날 출정식 현장에서 한국e스포츠협회(KeSPA)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 지원,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e스포츠 동행 프로그램 운영, e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