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16강 한일전 무산, 일정-대진표가 좋은 걸까?

2024-01-25     민기홍 기자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축구 한일전 16강전이 무산됐다. 강력한 우승후보를 토너먼트 첫 단계에서 피했으니 이를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기고 말았다.

믿기지 않는 결과다. 제 아무리 공이 둥글다 해도 뒤늦게 중계를 접한 축구팬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이런 스코어가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터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랭킹에서 한국은 23위로 130위 말레이시아에 한참 앞선다.

 

말레이시아의 사령탑이 한국 축구를 훤히 꿰고 있는 김판곤 전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라 해도 이는 충격적이다. 말레이시아는 바레인, 요르단을 상대로 득점이 없었고 이미 탈락이 확정된 팀이었다. 대회 최약체 레벨이다.

앞서 15일 바레인(86위)을 3-1로 누를 때도 사실 전반전이 불안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중거리 한방이 굴욕을 막았다. 20일 요르단(87위)과 2-2로 비기더니 두 나라보다 한참 레벨이 낮은 말레이시아와도 난타전을 벌인 클린스만호다. 

경기 막판 2-2에서 나온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막판 페널티킥으로 성사될 뻔 했던 대회 최고 흥행카드 한국-일본 16강전은 이로써 없던 일이 됐다.

D조의 일본도 앞서 조별리그에서 이라크에 일격을 당하면서 조 1위가 아니라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3-2를 만든 한국이 느슨한 플레이 끝에 막판 또 실점하면서 성사된 줄 알았던 한일전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은 어쨌든 1승 2무(승점 5)로 지지 않은 채 조별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무패 행진이긴 한데 64년 만의 정상 탈환, 무조건 우승이 목표인 아시안컵인지라 충격 그 자체다. 2연승 후 로테이션을 돌려 주전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3연승으로 가볍게 녹아웃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그림을 그렸던 축구팬들이 민망하게 됐다.

조편성을 받아보고 당연히 E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할 줄 알았던 한국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토너먼트 대진표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한국은 F조 1위와 16강전을 치른다.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게 유력하다. 현재 F조 1위가 사우디, 2위가 태국이다.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을 피했지만 다른 부담이 있다. 인접국 카타르에서 펼쳐지는 중동 이벤트라 사실상 사우디의 홈 분위기가 난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FIFA 랭킹은 56위, 역대 우승 횟수는 1984, 1988, 1996년 등 3회다. 2회인 우리보다 많다.

또 이탈리아 국가대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인터밀란(이탈리아) 등 과거 명문구단을 지휘해본 연봉 270억원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이탈리아)가 감독이라 다소 부담스럽다. 지도력 논란에 휩싸인 클린스만 감독과 견주면 벤치의 전술 역량에서 한국이 밀리는 형국이다.

경기시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E조 1위였다면 16강전 킥오프는 오는 31일 오후 8시30분으로 시청에 최적인 시간대였다. 그러나 졸전 끝에 E조 2위로 밀리면서 31일 새벽 1시에 알리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16강전을 치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