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시 돌아갈래~! '근대가요사 방자전’

2014-04-01     이건희 객원기자

[스포츠Q 이건희 객원기자] CJ E&M 계열 케이블채널 tvN의 최근 제작 프로그램들을 보자면 이제 이들의 주타깃 시청층은 30대가 된 듯 하다.

♦ 30대 인생 드라마·예능 소재로 속속 제작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과 함께 복고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조금 더 앞선 1994년의 기억까지 응답하라며 소환하더니, 노처녀 직장인의 모습을 그리며 어느새 13번째 시즌까지 달려온 ‘막돼먹은 영애씨’와 30대들의 현실적인 사랑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묘사한 ‘로맨스가 필요해’, 이들의 주된 생활 방식인 싱글 라이프의 참 모습을 보여준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까지 모두 tvN에서 방영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았을 때, ‘30대의 인생’은 모두 방송 소재가 되어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tvN에서 추억을 소재로 제작된 또 다른 프로그램이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을 잘 아는 자들이 전하는 이야기, ‘근대가요사 방자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름도 거창한 이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었던 점은 단연, 최고의 MC 주병진의 컴백작이라는 것이었다. 더불어 주병진의 시대에 함께 활동했던 박미선, 정원관, 변진섭, 김태원, 김완선이 패널로 참여한다는 점은 8090 시대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에게 더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근대가요사 방자전' 추억 소비하는 독특한 구성 눈길

이들이 말하는 근대가요란 남진과 나훈아로 대표되던 트로트의 전성시대를 ‘고대가요’,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부터 지금의 댄스가수들의 전성시대를 ‘현대가요’로 놓고 그 사이인 1981년부터 91년까지를 칭하는 것이란다. 88년생인 나에게는 가끔씩 토크쇼에 예전 연예인들이 나와 ‘그 때 당시 방송은 이랬다’며 자료화면과 함께 얘기하던 소재에 지나지 않던 이야기들이 이제 한 프로그램의 주제가 된 것이다. 그만큼 30대, 혹은 그 윗세대인 40대가 문화 주소비층으로 자리잡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당시 인기 연예잡지었던 TV가이드를 통해 본 MC들의 당대 인기와 최고의 순위 프로그램이었던 가요톱10의 순위로 당시의 노래를 회상했던 1회와 달리, 2회부터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시대의 뒷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지금은 눈으로 보고도 저런 것이 있었는지 의아한 ‘야경관광’이라든가, 안주로 '참새구이'를 먹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요즘 젊은이들은 경험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였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근대가요사’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에 어울리게, 주제에 맞는 8090 음악을 각자 추천하고 최고의 곡을 뽑는 ‘위대한 노래 vs 불멸의 노래’ 코너였다. 사랑에 가장 어울리는 곡으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비에 어울리는 곡으로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선정된 점은 다소 뻔한 감이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주제에 맞게 당시의 숨은 명곡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또한 단순 소개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전곡을 감상할 수 있게 한 점은 음악이 가진 ‘추억 회상의 힘’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 소재 한계 뛰어넘어 전문·집중화 이뤄져야 생명력 유지

입담이라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명MC들의 옛날 이야기라니, 이미 그 자체로도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걸친 ‘근대’ 방송가 이야기는, 소재에 있어 그 한계가 명확히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날 주제에 관련된 옛 인기 스타들을 특별 게스트로 불러 당시 ‘오빠’를 떠올릴 수 있게끔 한다든가, 이것이 힘들다면 ‘가요사’에 맞게끔 더욱 전문적으로 당시의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로 집중화가 이루어져야 이 프로그램의 인기와 그 생명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tvN의 새로운 추억 여행에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또 다시 ‘응답’할지 ‘30대’를 눈 앞에 둔, ‘80년대’ 출생인으로서 기대를 걸어보아야겠다.

lghee08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