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웅의 드라마Q] 막장을 버린 '가족을 지켜라' 일일극 새역사 쓸까

2015-06-06     박영웅 기자

[스포츠Q 박영웅 기자] 일일드라마 하면 '막장드라마'가 떠오른다. 그만큼 작품적으로 인정받는 일일드라마가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명작'의 냄새가 나는 일일드라마가 등장했다. 바로 KBS 1TV '가족을 지켜라'다.

5일 방송된 '가족을 지켜라'는 제목대로 감동을 주는 가족사랑 이야기가 가득한 작품이었다.

이날 한 가정의 가장인 정만재(최일화 분)는 명예퇴직 사실을 숨긴 채 공원에서 노숙인과 식사를 하려다 아버지 정수봉(변희봉 분)에게 모든 일을 들키고 말았다.

하지만 수봉은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충격에 휩싸이는 대신 그를 사랑으로 감쌌다. 수봉은 아들이 퇴직했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기고 뒤에서 아들을 챙기는 끝없는 '부성애'를 선보였다.

엄마 복수자(이휘향)와 아들 정태진(신승환 분)간의 모자지간 사랑도 볼거리였다. 백수의 신분으로 처가살이를 하는 태진이 집을 나오자 수자는 돈 없고 백 없는 집안의 처지를 한탄하며 아들을 처가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사돈의 실수로 물벼락까지 얻어맞은 수자는 아들을 보내고 난 후 눈물을 쏟았다. 아들을 걱정하지만 돈이 없고 힘없는 집안의 현실로 인해 한탄만 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슬픔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가족을 지켜라'는 순수한 가족극의 전형을 밟고 있다. 일일극에서 흔하디 흔한 출생의 비밀, 불륜 같은 자극적 소재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가족극에서의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변희봉, 반효정, 이휘향, 최일화 등 베테랑 배우들의 감동연기 역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작품에 앞서 막을 내린 '당신만이 내 사랑'의 경우 출생의 비밀 자체가 극의 중심내용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벌어진 부모와 자식 간의 패륜적 복수와 암투는 가족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수위를 넘나들었다.

이런 문제는 '당신만이 내 사랑'만을 비판할 부분이 아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일일드라마들의 역사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지상파 3개 방송사가 평일 하루 방송하는 일일드라마가 다섯 작품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막장요소들이 가득한 드라마들이다. 가족이 모여 보는 시간대에 정작 가족을 위한 작품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일일드라마가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취지는 '가족'이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내용을 기본으로 재미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취지는 시청률이라는 잣대 아래에서 무시되기 일쑤다.

결국 '가족을 지켜라'의 어깨가 무겁다. 처음 분량이 진정한 가족극을 지향한다고 해도 언제 또 '시청률 논리'에 휘둘릴지 모를 일이다. 호흡이 긴 일일드라마의 특성상 시청률의 높낮이에 따라 내용 바뀌는 일은 무척 쉽기 때문이다.

언제든 용두사미의 막장드라마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가족을 지켜라'가 현재와 같은 가족 중심의 감동이 담긴 드라마로 끝을 맺을 수 있을까? 제작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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