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루키 박세웅의 좌충우돌 프로 적응기

15일 한화전 데뷔승 눈앞에서 놓쳐…이달 3일엔 대주자로 나와 홈에서 아웃되기도

2015-07-16     이세영 기자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짠하다. 약관의 청년이 10년차 베테랑도 겪을까 말까한 일들을 반년이 채 되지 않은 ‘병아리’ 투수가 체험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0)의 루키시즌은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 선발로 나와 경기를 시원하게 말아먹기도 했고 탈삼진쇼를 선보이며 잠재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아울러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한 박세웅이다. 이것저것 다 경험했지만 전반기가 다 끝나가도록 승리 없이 7패만 떠안아 허전했다.

2015년 7월 15일은 승리에 목말랐던 박세웅에게 기념비적인 하루로 기억될 뻔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박세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토록 기원했던 데뷔승이 눈앞에서 사라졌기 때문.

이날 청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서 박세웅은 1회 급하게 구원 등판했다. 선발로 나온 조시 린드블럼이 김태균의 강습 타구에 오른손을 맞고 마운드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몸이 덜 풀린 채 마운드에 오른 박세웅. 1만석을 가득 메운 홈팬들의 압박까지 더해져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씩씩하게 자신의 공을 던졌다. 1회 한 점을 내준 박세웅은 2회를 공 7개로 삼자범퇴 처리한 뒤 3회 무사 1, 3루에서 김태균을 병살타로 제압했다. 한 점을 내줬지만 실점을 최소화했기에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4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2사까지 잘 잡은 뒤 조인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박세웅은 다음 타자 이용규와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월 투런 홈런을 허용, 아쉬움을 삼켰다. 5-3 한화의 재역전. 하지만 박세웅은 5회초 타선이 4점을 뽑아줘 힘을 얻었고 5회말을 삼자범퇴로 봉쇄,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9회초까지 롯데의 10-7 리드가 계속됐고 이대로 끝난다면 박세웅이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마지막에 산산조각 났다. 9회말 롯데 불펜이 나란히 난조를 보이며 3점을 헌납하고 만 것. 3루 주자 정근우를 불러들이는 이시찬의 동점 희생플라이가 나온 순간, 박세웅의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롯데가 연장 끝에 12-10 승리를 거둬 박세웅의 피칭이 빛날 수 있었지만 승리를 눈앞에서 놓친 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터. 16일 등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박세웅은 자신의 프로 첫 승을 후반기로 미뤘다.

앞서 박세웅은 KBO리그 최초 기록의 일부분을 담당하기도 했다. 롯데는 지난 3일 사직 SK전에서 7-8로 뒤진 연장 12회말 선두타자 최준석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박세웅을 대주자로 기용했다. 다음 타자 정훈이 안타를 쳤고 박세웅은 2루를 밟았다. 그런데 이때 종아리를 다친 정훈 대신 우완투수 이정민이 대주자로 나가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한 경기에서 투수 2명이 대주자로 나간 사례는 이때가 KBO리그 최초였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안중열이 좌전 안타를 쳤다. 주루에 능숙하진 않지만 박세웅은 홈까지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좌익수의 송구가 홈에 정확히 전달됐고 박세웅은 아웃 판정을 받았다. 재치 있게 포수 이재원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려했던 박세웅은 강하게 합의판정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아웃.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될 듯 하면서도 되지 않는 것에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이 시대 청년을 보는 것 같다. 파란만장한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세웅이 후반기에는 아픔을 딛고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세웅에게 올스타 브레이크가 소중한 힐링의 시간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