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봐' 김수미 활동중단...악플에 밀린 노년의 벼랑 끝 절규

2015-07-18     용원중 기자

[스포츠Q 용원중기자] 중견 탤런트 김수미(66)가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 파동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김수미 측 관계자에 따르면, 김수미는 지난 13일 열린 제작보고회 전후로 각종 악성 댓글을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아 상태가 심각하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되짚어 보면 악성 댓글(‘박명수를 같은 고향이라서 꽂았냐’ ‘전라도끼리 잘 해먹어라’)► 자해성 삭발► 제작발표회 돌출 발언► 악성 댓글► 활동중단 발표로 이어졌다. 출발은 심신을 유린하는 악성 댓글이었고, 결과를 유도한 것 역시 악성 댓글이었다.

과거 근거 없는 루머와 인터넷 악성 댓글로 인해 대인기피증·우울증에 시달린 층은 주로 젊은 연예인들이었다. 일부(배우 최진실, 가수 유니, 모델 김지후, 탤런트 장채원 등)는 그 고통을 겪다 못해 자살을 선택해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젠 악성 댓글의 대상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노년층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이 섬뜩하다.

연예인은 감수성이 남들보다 예민하기에 상처를 더욱 크게 받게 된다. 더욱이 생물학적 노화가 진행된 여배우라면 불안감이 충만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욕먹기보다 칭찬받기를, 아직 팔팔하다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여배우가 연기가 아닌 출생지로 비난당하니 막상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반세기 동안 배우로서 열심히 살아온 입장에선 벼랑 끝으로 내몰린 심정이지 않았을까.

“태어나서 이런 무서운 말은 처음 들었다. 안티 글 때문에 자살하는 심정을 알겠더라”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이걸 해야 하나. 그래서 어제 울면서 가위로 내 머리카락을 다 잘랐다. 나이가 70이라도 나는 아직까지 여자인데 너무 상처를 받았다” “댓글을 쓴 사람은 나에게 정식으로 사과해라”라는 김수미의 토로는 이런 이유로 가볍게 들리질 않는다.

제작발표회에서 드러난 김수미의 행동이 합석한 동료 연예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이를 지켜본 대중에게 당혹감을 안겨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황소개구리처럼 무한대로 식성을 키워가는 악플러의 폐단, 연기 외적인 지적으로 인해 배우의 존립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상황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

‘나를 돌아봐’ 김수미 파동은 단순히 한 여배우의 기행으로 취급할 사안이 아니다. 주체 기반을 상실한 노년의 쓸쓸함 측면에서 들여다 봐야 하는 게 온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