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체조요정 꿈꾸는 이은주·안미영 '희망의 도약'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 중등부·고등부 개인종합 1위, '한국 여자 기계체조의 희망'으로 부상

2014-04-22     강두원 기자

[300자 Tip!] 지난 19,20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체조 종목이 열리게 될 인천 남동체육관에는 많은 관중들이 코리아컵 2014 인천국제체조대회에 출전하는 ‘체조요정’ 손연재와 ‘도마의 신’ 양학선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연기와 화려한 공중동작들에 관중들이 감탄과 박수를 쏟아내는 가운데 새로운 체조요정을 꿈꾸는 두 명의 유망주가 있었다. 코리아컵과 함께 열린 제69회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 여자 중등부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이은주(15·강원체중)와 여자 고등부 개인종합과 마루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 2관왕에 오른 안미영(17·천안여고)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의 희망인 이들은 미래의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대회를 누비는 날을 꿈꾸고 있다.

[인천=스포츠Q 글 강두원 · 사진 최대성 기자] 지난 19일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와 ‘도마의 신’ 양학선이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첫 국제체조대회인 코리아컵 인천국제체조대회에 출전한다고 알려지자 국내 체조팬들의 시선이 인천 남동체육관으로 집중됐다.

이번 코리아컵은 2011년 원년 대회와는 다르게 기계체조와 리듬체조가 동시에 열리게 돼 기계체조의 현란함과 리듬체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대회였다.

그만큼 체조를 좋아하는 관중도, 체조를 잘 알지 못하는 관중도 속속들이 좌석을 채우며 화려한 기술과 연기에 연신 감탄과 박수를 쏟아냈고 특히 양학선이 도마 2차시기에서 자신의 신기술인 ‘양학선2’를 성공시키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양학선이 신기술을 성공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던 그 순간 관중석에는 ‘도마의 신’을 동경하며 새로운 ‘체조요정’으로의 도약을 노리는 두 명의 기계체조 유망주가 있었다.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와 함께 21일까지 열린 제69회 전국종별체조선수권대회 여중부 개인종합에서 총점 43.200으로 1위를 차지한 이은주와 여고부 개인종합(총점 46.875)과 마루 종목(12.025)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안미영이 그 주인공이다.

◆ 현해탄을 건너온 깜찍한 15세 체조 소녀

여중부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이은주는 똘망똘망한 이목구비에 귀여운 외모를 지닌 이제 갓 중학교 3학년 앳된 소녀다.

이은주는 경기 뒤 인터뷰가 낯설다며 연신 쭈뼛쭈뼛했지만 얼굴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대회라고 할 수 있는 종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했다는 기쁨이 묻어났다.

1위 소감을 묻자 “좋아요” 라고 짧게 답해 ‘혹시 1등이 신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옆에 있던 함병준 강원체중 코치가 “은주는 작년에 일본에서 전학 온 아이다. 처음에는 한국말을 하나도 못했는데 1년 만에 많이 늘었다. 그런데 인터뷰가 어색한지 입이 잘 안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크게 웃었다.

이은주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현재 일본과 한국 이중국적으로 지난해 강원체중에 입학했다. 10세 때부터 기계체조를 시작한 그는 아버지가 한국문화를 좀 더 배우길 원해 한국으로 건너 와 기계체조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인터뷰를 이어나간 그는 '주 종목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자신 있게 “이단평행봉”이라고 답했다. 이날 기록 역시 나머지 세 종목(도마 10.750, 평균대 9.575, 마루 10.550)에 비해 이단평행봉(12.325)이 월등히 좋았다. 평균대 종목이 조금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함 코치는 “발목이 조금 안 좋아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은주는 지난해 열린 제40회 중고연맹회장기 체조대회 여중부 개인종합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입상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 생애 첫 개인종합 우승을 일궈낸 이은주는 다음달 열리는 제43회 전국소년체전에서 개인종합 메달과 종목별 메달을 노리고 있다.

함 코치는 “은주가 의지가 좋고 생각과 마인드가 달라서 크게 가르쳐 줄 부분이 없다. 훈련도 열심히 참여하는 성실한 선수다”라며 제자를 칭찬했다. 장혜일 코치 역시 “하려는 의지가 좋고 기본자세도 좋아서 제가 딱히 지적하는 적이 없는 것 같다. 지적을 안해도 스스로 하는 선수다”라고 평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이 되면 이은주는 고교 2학년이 된다. 그때가 되면 이은주도 국가대표로 선발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은주는 “올림픽에 나가서 기술과 자세가 뛰어난 중국이나 일본 선수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코리아컵에 참가한 양학선을 우상으로 생각한다며 “멋있어요”를 연발한 앳된 체조소녀 이은주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그날을 기대됐다.

◆ 욕심 없는 ‘대회 2관왕’ 안미영의 슬럼프 탈출기

여고부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안미영의 표정에 ‘내가 인터뷰를 하다니’라는 문구가 써 있는 듯 했다. 그에게 우승 소감을 묻자 “이상하다”라는 다소 당황스런 대답을 내놓으며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미영은 지난해 11월 제40회 문화관광체육부장관기 전국 시도대항 체조대회 여고부 개인종합에서 2위를 차지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1위에 오르는 등 고등부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선수다.

경기 전 훈련하면서 우승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냐고 묻자 “그저 연습한대로 했더니 성적이 잘 나왔다”며 짧게 대답하자 정옥수 천안여고 코치가 제자의 답에 살을 붙였다.

그는 “미영이가 작년에 슬럼프를 겪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오면서 선생님이 바뀌자 다소 적응하는 데 힘겨워했다. 체조를 그만두겠다는 것을 붙잡아 동계 훈련도 충실히 시키고 자신감도 불어 넣어줬더니 실력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안미영은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네 종목에서 고른 기록(도마 11.950, 이단평행봉 11.325, 평균대 11.550, 마루 12.050)을 냈다. 2위를 차지한 전정원(18·인천체고, 총점 45.925)과 0.95점의 차 앞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 그에게 다음 달 국가대표 선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묻자 “국가대표...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정 코치는 “미영이가 다 좋은데 욕심이랑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다. 지금은 훈련도 많이 하고 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거두면서 없던 욕심도 생기고 목표의식도 갖게 됐지만 아직도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다. 욕심 좀 부리고 자신감만 붙는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자질이 있다”고 말했다.

안미영은 21일 열린 종목별 결승에 참가해 마루에서 12.02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개인종합 우승에 이어 마루까지 1위를 차지하며 대회 2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해 맞았던 슬럼프를 훌훌 털어내고 상승세를 탄 안미영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태극마크를 달고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다시 인천 남동체육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취재후기] 두 유망주 모두 인터뷰가 어색한지 기자의 질문에 웃음으로 답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하지만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아도 이들이 한국 여자 기계체조의 희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저 흐뭇함이 느껴졌다. 앞으로 밝은 웃음 잃지 않고 많은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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