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로 옮겨간 최후의 '마드리드의 전쟁'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마드리드 더비' 성사...역대 전적은 레알이 85승33무36패로 아틀레티코에 절대 우위

2014-05-01     박상현 기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엘 데르비 마드릴레뇨(El Derbi madrileño)'.

마드리드 더비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로 확대됐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영원히 이어지는 전쟁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벌어진 첼시와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에서 3-1로 이기고 1승1무의 전적으로 40년만에 결승에 올랐다.

전날 레알 마드리드가 바이에른 뮌헨을 완파하고 12년만에 결승에 선착한데 이어 마드리드의 라이벌이 UCL 결승전에서 만나게 됐다. 맞대결은 오는 25일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스타디우 다 루즈에서 벌어진다.

◆ 아틀레티코, 전략가 시메오네 지휘 아래 급격한 성적 상승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는 직접 비교가 어렵다. 일단 역대 성적에서 큰 편차를 보인다.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무려 32회 우승과 21회 준우승, 코파델레이(스페인 국왕컵) 19회 우승과 20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UCL에서도 9회 우승과 3회 준우승을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제 '라 데시마'(UEFA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에 도전한다.

이에 비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9회 우승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에 우승을 차지한 것도 1995~1996 시즌이다. 준우승도 8회밖에 안된다. 코파델레이 역시 10회 우승과 9회 준우승이고 UCL은 우승 경력이 없다. 40년 전에 결승에 한번 올랐을 뿐이다.

프리메라리가 역대 전적에서도 85승33무36패로 레알 마드리드가 절대 우위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는 2002~2003 시즌부터 2012~2013 시즌까지 프리메라리가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11시즌 연속 무패(18승4무) 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변하기 시작했다. 중위권에 머물렀던 팀이 2011~2012 시즌 5위에 올랐고 유로파리그에서는 2009~2010 시즌 이후 2년만에 정상에 올랐다.

2012~2013 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정규리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양강 구도'를 완전히 깨지는 못했지만 코파델레이에서 성과를 올렸다. 바로 코파델레이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꺾은 것.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디에고 코스타의 선제골에 주앙 미란다의 연장 전반 9분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시메오네 감독의 세번째 시즌인 2013~2014 시즌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995~1996 시즌 이후 19년만에 프리메라리그 우승을 노린다. 레알 마드리드와 첫 대결에서도 1-0으로 이겨 11년 동안 이어져왔던 정규리그 무승 징크스도 깼다.

아직 우승은 확정짓지 못했다. 현재 승점 88로 승점 84의 FC 바르셀로나와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82의 레알 마드리드가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다.

그러나 오는 4일 레반테전, 오는 12일 말라가전에서 모두 승리하면 18일 벌어지는 바르셀로나와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에 관계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이처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양강 구도를 깨고 있는 것은 짠물 수비에 기인한다. 정규리그 35경기를 치르면서 22골밖에 허용하지 않아 바르셀로나(30실점), 레알 마드리드(32실점)보다 훨씬 적다. 홈경기에서는 15승3무로 유일하게 무패를 달리고 있다. 18경기를 치르면서 고작 9실점뿐이다.

그렇다고 득점력이 모자란 것도 아니다. 디에고 코스타가 27골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함께 득점 부문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부상 때문에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던 다비드 비야도 공격력을 책임지고 있다.

◆ 'UCL 9회 우승' 레알, 지독한 아홉수 12년만에 깬다

레알 마드리드의 마지막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은 2001~2002 시즌이었다. 바이어 레버쿠젠(독일)에 2-1로 이겼다. 벌써 12년 전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공교롭게도 대회 최다인 9회 우승을 차지한 후 지독한 아홉수에 걸렸다. 4강까지는 올랐지만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이 네 차례이고 2004~05 시즌부터 2009~2010 시즌까지 여섯 시즌 동안은 16강이 한계였다.

그 사이 많은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갔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2003년 6월 물러난 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불과 한 시즌만에 경질됐다.

마리아노 가르시아 레몬을 비롯해 반더레이 룩셈부르구, 후안 라몬 로페스 카로, 파비오 카펠로, 베른트 슈스터, 후안데 라모스, 마누엘 페예그리니에 이어 주제 무리뉴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르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로 떠난 뒤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첫 시즌만에 레알 마드리드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12년동안 우승은커녕 결승도 올라가지 못했던 레알 마드리드였다. '스페셜 원'조차도 이루지 못했던 것을 단 한 시즌만에 해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이번 시즌 UCL 16골로 대회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을 세웠고 가레스 베일과 카림 벤제마 등을 앞세운 공격진도 화려하다.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가 화려함에 묻혀 실속이 다소 부족했다면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화려함 못지 않게 알찬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공교롭게도 올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정규리그 첫 맞대결에서 0-1로 졌다. 하지만 코파델레이 4강전에서는 이겨 지난 시즌 결승전 패배를 설욕했다. 올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1승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어 UCL 결승전은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최후의 한판이 됐다.

◆ 같은 지역 연고팀 결승전은 처음

1955~1956 시즌부터 시작한 UCL에서 같은 리그의 팀이 결승전에서 만난 것은 2012~2013 시즌까지 모두 네차례 있었다.

첫 사례는 1999~2000 시즌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의 대결이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와 스티브 맥마나만, 라울 곤잘레스의 연속골로 발렌시아에 3-0 완승을 거뒀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케르 카시야스가 당시 결승전에서도 뛰었다는 점이다.

이후 21세기 들어 같은 리그의 팀끼리 만남이 급격하게 늘었다.

2002~2003 시즌에는 AC 밀란과 유벤투스의 이탈리아 세리에A 팀끼리 만남이 이뤄졌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졌던 이 경기에서 두 팀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패가 갈렸다. AC 밀란이 3-2로 이겼다.

2007~2008 시즌에서는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모스크바 맞대결이 벌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끼리 맞대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부차기에서 첼시를 물리치고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바로 지난해인 2012~2013 시즌에는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독일 분데스리가 팀끼리 맞대결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졌고 바이에른 뮌헨이 2-1로 이겼다.

하지만 앞선 네차례 대결에서는 라이벌 팀끼리의 만남이기는 했어도 같은 연고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대결은 같은 연고팀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

tankpark@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