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올려진 '형제의 난'

연극 '트루웨스트' '나는 형제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운명적 애증관계 주목

2015-08-25     용원중 기자

[스포츠Q 용원중기자] 성경이 전하는 인류 최초의 살인 이야기는 형제 카인과 아벨이 주인공이다. 질투와 폭력이라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드러내는 메타포로 '형제'는 오랜 시간 이용돼 왔다. 지난 여름, 대한민국은 권력과 돈을 둘러싼 재벌가 형제의 난이라는 잔혹극에 온 시선을 빼앗기기도 했다. 뒤를 이어 소슬바람이 불어오는 공연가에 서로 다른 형제의 애증 스토리가 코믹하거나 묵직하게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연극 '트루웨스트'는 미국 극작가이자 배우 샘 셰퍼드가 1980년 발표한 수작으로 풀리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까지도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배우들의 섬세하고 탁월한 심리묘사를 보여줘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아온 '트루웨스트'는 2010년 '무대가좋다' 시리즈 초연 당시 오만석, 조정석, 배성우, 홍경인 등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올해 공연은 배우 오만석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오스틴은 어머니가 알래스카로 휴가를 떠난 동안 집을 봐주기 위해 와있는다. 오랜 시간 연락이 없었던 방랑자 리도 우연찮게 엄마의 집을 찾는다. 동생 오스틴이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반듯한 모범생인 반면 형 리는 몇 년 동안 사막에서 사는가 하면 남의 물건도 아무렇지 않게 훔치는 전과자이기도 하다.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온 두 형제는 잘 지내보려 하나 관계는 좋을 리가 없다

사실주의 연극 '트루웨스트'는 대조적인 두 형제를 통해 선악의 이중성과 현대사회의 모순을 깊이 조명한다. 2013년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무대에는 형 리 역에 김준원 이대일 전석호, 동생 오스틴 역에 이현욱 김선호 문성일이 출연한다. 8월13일부터 11월1일까지 대학로 A아트홀.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3년 만에 만난 두 형제 석봉과 주봉이 안동 종갓집의 유산과 미모의 여인 오로라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2008년 초연돼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극본상, 작사·작곡상 2개 부분을 차지하며 PMC프러덕션의 대표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까지 5차례 재공연되면서 유료 객석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에서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로 번번이 사업에 실패하는 철없는 종갓집 종손 석봉 역에는 개그맨 정준하, 배우 윤희석, 뮤지컬배우 최재웅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서울대 출신으로 똑똑하지만 욱하는 성격을 가진 동생 주봉은 배우 김동욱, 뮤지컬배우 정욱진, 아이돌 그룹 '보이프렌드' 멤버 동현이 나눠 맡는다.

매력적인 미모의 여인 오로라는 배우 최유하, 최우리가 나눠 연기한다. 여성 창작진인 장유정 연출·장소영 음악감독 콤비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23일부터 11월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연극 '나는 형제다'(9월4~20일·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스타연출가 김광보가 서울시극단장 부임 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나는 형제다'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실화를 소재로 했다. 2013년 4월15일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에선 폭탄 2개가 터지며 3명이 숨지고, 260명 이상이 다쳤다. 당시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체첸 출신 이민자 타메를란-조하르 차르나예프 형제다. 특히 동생 조하르는 19세 의대생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고연옥 작가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보스턴 마라톤 사건을 일으킨 형제는 미국 사회에서 분노를 느낀 실패한 젊은이가 아닐까 싶었다. 이는 양극화로 치닫는 우리나라 많은 젊은이들의 분노와도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나는 형제다’에서 형제는 가난하지만 착하게 살라고 강조하는 부모 슬하에서 성장한다. 형(이승주)은 운동 특기생으로 대학에 가고, 명석한 동생(장석환)은 의대에 진학한다. 하지만 둘 다 좌절 끝에 진로에서 이탈한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마저 세상을 떠난다. 형제는 자신들을 버린 세상을 직접 벌하고자 극장에 폭탄을 설치한다. 뒤늦게 후회하는 동생은 극장에 돌아가려 하지만 이에 분노한 형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자신을 세상의 선을 회복하기 위한 테러리스트라 규정한 형 역시 검거작전에 나선 군인들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작품은 두 형제의 성장과 실패를 통해 약자를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그린다. 김광보 연출은 “작품 속 형은 세상의 모든 형들과 소외된 인간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이창직 , 강신구 , 주성환 , 최나라, 천정하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