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고단함 달래는 'MUNY(지하음악)'

2014-05-14     이상은 통신원

[스포츠Q 뉴욕=이상은 통신원] 뉴욕 맨해튼은 카네기홀, 링컨센터, 브로드웨이 등 다양한 유명 공연을 볼 수 있는 최고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도시가 더 특별한 이유는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작은 공연들이 뉴요커의 고단함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의 주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주중 550만명이 넘게 이용하는 지하철은 역마다 다양한 공연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을 절대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바이올린, 트럼펫 그리고 호주의 전통 악기인 디저리두(Didgeridoo)까지 고가의 악기로 연주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무료로 보는 게 어디 흔한 일인가.

얼핏 보면 허가 없이 즉흥 연주하면서 돈을 버는 뮤지션들로 오인하기 쉽지만, 엄연히 1년에 한번 뉴욕 교통당국 MTA의 Music Under New York(MUNY)의 오디션을 거친 뮤지션들이다. MUNY(뉴욕 지하에서의 음악)는 교통당국에서 어떻게 하면 뉴요커들이 더 즐겁고 유쾌한 지하철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해서 고안해낸 서비스이자 뉴욕의 예술 문화를 지하로 갖고 오자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공연 자격이다.

MUNY의 공연자들은 자신의 실력을 누구의 방해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맘껏 연주하고 알릴 수 있다. 복잡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가운데 이어폰을 꼽지 않은 이들에게는 아이튠 역할을 톡톡히 한다.

MUNY가 되기 위한 오디션에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음악인의 꿈을 안고 일부로 건너온 이들도 볼 수 있고 그 중 몇 명은 이미 뉴욕 유명 피아노 바(bar)나 클럽에서 주기적으로 공연하는 이름이 알려진 유능한 이들이다.

뉴욕에서 음악을 배우려하는 초년생, 또한 클래식을 가르치는 학교 수업을 반항이라도 하듯 자신들의 음악을 맘껏 타 장르 뮤지션들과 연주하면서 갈증을 푸는 학생들도 이 멤버에 동참하여 뉴욕 지하철 공연에서 첫 무대를 경험한다.

맨해튼의 약간은 어둡고 칙칙한 오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보면 뉴욕이 그다지 특별한 도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코너에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음악 옆에 당당히 붙여있는 'MUNY' 사인을 보면 다시 한 번 삶의 희망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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