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을 기다린 NC 홍성용의 '희망투'

홍성용 “팀을 위해 언제든 등판 준비, 지금이 가장 행복”

2014-05-17     이재훈 기자

[잠실=스포츠Q 이재훈 기자] 16일 마운드가 홈런 3방에 무너져 내렸던 NC 마운드에서 그래도 가장 빛났던 건 홍성용(28)이었다.

홍성용은 이날 잠실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NC의 네 번째 투수로 8회 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홍성용은 두산타자들 중 멀티히트를 기록해 가장 감이 좋던 민병헌과 오재원, 김현수를 모두 범타처리하는 위력으로 NC 불펜진 중 유일하게 제몫을 했다.

올 시즌 그는 NC의 새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우뚝섰고 17경기서 10이닝 1패 3홀드 1.80의 평균자책점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날 경기 전 홍성용은 “요즘 몸 상태가 너무 좋다. 이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라며 호조의 컨디션임을 알렸다.

◆많은 길을 돌아온 홍성용, 스승을 만나다

홍성용은 그간 혼자서 많은 길을 헤쳐나가야 했다. 천안 북일고 재학 시절인 2004년 청소년 대표로 선발되었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해 LG에 2차 5라운드에 지명되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그러나 프로는 냉혹했고 1군 무대를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채 2008년 방출됐다. 그래도 홍성용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얻고자 2009년 일본 독립리그에 입단했다.

홍성용은 그해 11승9패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180이닝을 던져 12승5패에 방어율 2.18의 눈에 띄는 성적을 올렸다.

일본에 있는 그를 주목하던 건 NC였다. NC는 홍성용이 출연하던 SBS의 투수 오디션 프로그램 ‘나는 투수다’ 녹음 당시 입단을 제안했고, 테스트를 거쳐 2013년 10월 11일 입단 계약을 맺었다.

배석현 NC 단장 또한 입단 당시 "방송 출연 이전인 올해 초부터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지켜봤던 선수다. 홍성용은 경기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위기대처 능력을 갖춘 것과 다양한 구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올 시즌 독립리그 전반기에서 50이닝 4볼넷, 평균자책점 0.88의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을 높이 샀다"고 밝혔었다.

이날 두산전을 앞두고 홍성용은 현재 NC의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 “코치님의 지도는 나를 새로운 투수로 태어나게 했다”며 존경심을 표현했다.

홍성용은 “평소 최일언 투수코치님의 조언을 많이 듣는다”며 “코치님이 내게 강조하신 건 ‘구위’였다. 보통 일반 투수들이 생각하는 ‘빠른 구속’ 개념의 구위가 아닌 진짜 구위를 가르쳐주셨다”고 밝혔다.

이후 “최 코치님이 '구위는 하체의 활용에서 나온다'고 하셨다. 특히 볼끝을 강조하신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팔의 회전 방법과 하체를 활용하는 법을 우선시 하신다”고 비결을 밝혔다.

이어 “구속에 연연하지 말라고도 하셨다”며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다. 130km대의 구속이라도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올라가는 볼끝이면 타자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얘기해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힘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닮고 싶은 건 박찬호의 멘탈, 주무기는 서클체인지업

특히 홍성용은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다기 보다는 박찬호(42) 선배의 멘탈을 닮고 싶다”며 그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홍성용은 “찬호 선배가 애리조나 전지훈련 당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당시는 143km까지 나왔던 구속이 나오지 않아 고심하던 시기였고 이때 선배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박찬호 선배는 ’143km가 나왔던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너가 얼만큼 타자들에게 자신감 있게 던지는 것과 하체를 활용해 네 투구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조언해주셨다”며 “특히 130km후반대의 구속에 좌절하지말고 네 자신의 투구를 하라고 하셨다”고 말해 멘탈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음을 이야기 했다.

‘나는 투수다’ 출연 당시 박노준 위원에게 호평받은 스플리터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방송에서 박노준 위원은 “스플리터가 매우 좋다. 타이밍을 뺏을 슬로 커브 같은 구종이 필요하다”고 극찬했었다.

이에 홍성용은 “스플리터가 주 구질은 아니다. 난 오히려 다양한 구질로 타자들을 맞춰 잡아야 하는 타입이다”라며 “그래도 서클 체인지업과 함께 가장 자주 구사하는 구종이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 주로 구사한다. 올 시즌에 오른손 타자 상대로 주로 던지는 서클체인지업과 함께 잘 먹혀들어가 좋은 투구내용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을 위할 뿐이라는 홍성용, NC에서 희망을 던지다

홍성용은 올 시즌 본인이 세운 목표에 대해 “따로 거창한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자신의 투구를 하다보면 좋은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 같다. 목표라기 보다는 계속 이렇게 1군에서 팬들 앞에 서는 게 행복하다”고 전했다.

특히 팀을 강조했다. 홍성용은 “올 시즌에는 일단 팀이 잘 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잘해서 팀이 잘 되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어있다”며 “지금 1군에서 기회를 계속 받고 뛰는 자체가 좋다”고 밝혔다.

홍성용은 프로 1군을 향해 9년이라는 오랜 시간과 간절한 기다림 끝에 이제서야 비로소 결실을 맺고 있다. 올 시즌 그는 NC에서 던지고 있던 건 꿈이 아닌 희망이었다. 앞으로 홍성용이 보여줄 희망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steelheart@sportsq.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