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 동년배 친구들의 거창하지 않은 소소하고 유쾌한 먹방 여행…그래서 더욱 아쉬운 '식샤'와의 작별 (뷰포인트)

2015-09-10     원호성 기자

[스포츠Q 원호성 기자] 드라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닌 주인공들이 실제 친구들과 함께 유럽 먹방 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드라마가 예능으로 스핀오프되는 국내 방송 첫 사례로도 많은 관심을 모은 tvN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가 9일 6화 방송을 통해 친구들의 7박 9일 유럽 여행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tvN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첫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유럽여행을 다룬 프로그램이야 tvN ‘꽃보다 할배’의 대성공과 함께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그냥 아무나 끌어 모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tvN 월화드라마로 편성되어 화제를 모은 먹방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가 종영된 후 ‘식샤를 합시다2’의 두 주인공 윤두준과 서현진이 친한 친구들과 함께 7박 9일 동안의 유럽여행을 떠난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예능과 드라마가 스핀오프한 첫 사례라고 하지만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윤두준과 서현진이 드라마에 이어 출연한다는 것 이외에는 ‘식샤를 합시다2’와는 큰 연관성이 없다. 윤두준과 서현진이 자신의 절친으로 함께 여행에 나선 양요섭과 박희본 역시 ‘식샤를 합시다2’에 출연한 배우도 아니었고, 새로운 친구로 합류한 김지훈과 김희정은 아예 윤두준, 서현진과는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니었다.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단지 ‘식샤를 합시다2’의 인기에 편승해 기획한 흔한 여행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이미 수없이 반복된 평범한 유럽여행기의 흔적들을 굳이 답습하지 않았다. 물론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에서도 파리 에펠탑이나 개선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 등 유명 관광지를 찾는 친구들의 모습이 방송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여행지에서 유명 관광지를 찾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대신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본격 먹방 드라마로 불린 ‘식샤를 합시다2’의 이름을 이어받은 만큼 확실한 먹방으로 여타 유럽여행을 담아낸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를 선언한다. 무조건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음식의 맛을 진지하게 품평하는 것도 아니다. ‘식샤를 합시다2’를 봤던 시청자라면 알겠지만, 먹기 위해 유럽을 찾은 여섯 명의 친구들이 선사하는 먹방은 그저 맛있게 먹고 즐기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다.

그렇기에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본격 먹방 유럽여행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뭔가 ‘먹방’스러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대신 동년배의 젊은 친구들 여섯 명이 함께 하는 여행인 만큼, 관광지에서도 식당에서도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관광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지금을 위한 여행’을 만끽한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는 싱그럽고 건강한 여행이다.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여러 면에서 현재 여행 프로그램의 열풍을 점화시킨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청춘’ 등 tvN이 나영석 PD와 함께 한 ‘꽃보다 시리즈’와도 많은 비교를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방송분량을 뽑아내기 위해 출연자들에게 미션을 가하는 일도 없었고, 이들의 여행에서 편집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의 여행이 큰 웃음 없이 소소하게 보여졌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제작진의 인위적인 손길이 전혀 없었기에 더욱 밝고 자유로운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9일 방송된 6화 마지막 방송을 통해 7박 9일이라는 여행이 여섯 명의 친구들에게 안겨준 의미와 감동을 전하며 프로그램의 막을 내렸다. 친구들은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밤늦은 시간까지 여행일정을 고민하던 서현진, 낯가림이 심한 성격임에도 팀의 리더라는 생각에 항상 활기차려고 노력한 윤두준, 여섯 명의 친구들 중 유난히 많은 나이로 인해 서먹했던 김지훈 등 친구들의 모습을 한 명씩 보여주며 7박 9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이 여행을 통해 조금씩 바뀌고 성장한 친구들을 보여줬다.

사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무슨 대단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내기라도 할 것처럼 누구나 거창하게 여행을 시작하지만, 막상 여행에서 배우는 것은 그런 거창한 삶의 의미가 아니라 작고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과 자신을 다시 돌이켜보는 시간의 소중함을 배우게 된다. ‘내 친구와 식샤를 합시다’는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들과 해외 첫 배낭여행을 가던 그런 작고 소소한 여행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유난히도 담백하고 맛있었던 ‘식샤’와의 이별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