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컵 H조 상대 '3국 3색' 공격패턴 분석

조직력의 러시아, 역습의 알제리, '스피드+힘' 벨기에,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비전술 활용 필요

2014-05-20     강두원 기자

[스포츠Q 강두원 기자] 브라질 월드컵이 2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이 H조에서 대결할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의 정예 멤버들이 속속 베일을 벗고 있다.

아직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해 발표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와 벨기에는 각각 26명과 24명으로 엔트리를 압축함에 따라 월드컵에 나설 멤버들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은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무난한 조에 속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어느 팀 하나도 만만히 볼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유럽의 신흥 강호라 불리는 두 팀이 속해 있고 전력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아프리카의 다크호스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확실한 분석만이 방심을 줄이고 상대를 제압해 승리로 이어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아가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상대 수비에 대한 공격전술의 다양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상대 공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어해낼지에 대한 대책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 ‘톱니바퀴처럼 척척’ 극강의 조직력 러시아

러시아는 17일(한국시간) 30명의 예비엔트리 중 5명을 제외하고 1명을 추가시킨 24명의 2차 예비엔트리를 발표했다.

이번 러시아의 2차 예비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파벨 포그레브냑(레딩)과 아르템 쥬바(로스토프) 등 장신에 몸싸움이 좋은 공격수들이 모두 제외됐다는 점이다. 현재 러시아 엔트리에 남은 공격수는 알렉산데르 케르자코프(제니트), 알렉산데르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 막심 카누니코프(암카르 페름)로 모두 신장이 185cm를 넘지 않는다.

2차 예비 엔트리를 통해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포그레브냑과 쥬바를 제외해 스피드와 돌파력을 중시하는 공격전술을 사용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피지컬 컨디션과 제공권이 좋은 공격수를 과감히 제외할 수 있는 배경에는 조직력이라는 요소가 숨어 있다.

24명의 2차 엔트리를 살펴보면 정식 명단으로 포함되지 않은 데니스 체리셰프만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 소속일 뿐 전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소속이다. 디나모 모스크바(7명) CSKA 모스크바(5명), 제니트(4명) 등 같은 팀에서 활약하는 멤버들이 많은 만큼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유럽예선에서 나타난 러시아를 보면 이고르 데니소프와 로만 시로코프 등의 미드필더의 압박 플레이로 공을 뺏어낸 뒤 알란 자고에프를 거쳐 케르자코프와 코로린으로 연결되는 빠른 패스와 돌파로 골을 엮어내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조직력으로 압박플레이를 강력하게 펼친 뒤 1선과 2선의 재빠른 공격수들을 통해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가 러시아의 대표적인 공격루트다.

보통 러시아라 하면 힘이 좋고 제공권이 좋은 선수들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와 반대로 빠른 스피드를 이용하는 공격이 주를 이룰 전망이니 일대일 마크와 지역방어를 적절히 혼용하며 러시아의 공격을 방어해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알제리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제물로 삼고 있는 알제리는 지난 12일 30명의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며 월드컵 준비에 들어갔지만 조기에 엔트리가 유출되는 사고에 대표팀 수장인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대표팀 자격이 없는 선수를 선발했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알제리는 H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월드컵 출전 경력도 4번에 불과하고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다.

이로 인해 알제리가 이번 월드컵에서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전술은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제리는 마지드 부게라(레퀴야)를 축으로 파우지 굴람(나폴리), 자밀 메스바(AC밀란) 등의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을 구성하는 사피드 타이데르(인터밀란), 아들렌 게디우라(크리스털팰리스) 등으로 하여금 강력한 블록을 형성해 상대 공격을 저지한 후 전방에 위치한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과 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 리야드 부데부즈(바스티아) 등에 곧바로 연결시키는 역습 전술을 사용한다.

공수간격이 다소 넓은 것이 흠이지만 전방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이 좋아 순간적인 돌파가 위협적이다. 팀의 스피드를 더하기 위해 20대 초반인 야신 브라히미(그라나다), 나빌 벤탈렙(토트넘) 등을 발탁한 것도 역습 전술을 원활히 구현하기 위함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벨기에 대표팀의 전력분석을 맡고 있는 비탈 보르켈만스 수석코치와 헤르만 데 란트쉬어 비디오 분석관도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제리는 체격이 좋은 데다 기강이 잘 잡힌 팀”이며 “알제리는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고 있다가 후방에서 단숨에 롱 패스로 공격수에 공을 연결하는 유형의 축구를 구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제리는 같은 전술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나섰으나 잉글랜드, 슬로베니아, 미국에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으로서는 첫 경기 러시아전 승리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하고 알제리마저 제압한다면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에 역습 전술에 대비한 수비진의 집중력을 강화하고 효과적인 공격전술을 펼친다면 어렵지 않게 아프리카의 ‘다크호스’를 잡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 ‘속도면 속도, 힘이면 힘’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벨기에

한국이 러시아, 알제리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는 이유는 벨기에가 마지막 3차전 상대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23명의 엔트리를 거의 확정됐다. 지난 13일 24명의 예비엔트리를 발표한 가운데 19일 왼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실비오 프로토(안더레흐트)와 이미 정강이뼈 골절로 인해 엔트리 포함이 불투명했던 코엔 카스틸스(호펜하임)가 결국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제 3의 골키퍼로 삼미 보쉬트(쥘터 바레험)이 대체 선수로 뽑히며 23명의 엔트리가 윤곽을 드러냈다.

벨기에 대표팀의 면면은 스페인, 브라질 등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공격진은 스피드와 피지컬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한국은 물론 알제리, 러시아도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팀으로 꼽히고 있다.

벨기에 대표팀의 스피드를 대표하는 이는 역시 에당 아자르(첼시)다. 아자르는 벨기에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스피드 스타로 양발을 모두 사용해 수비진을 헤집어 놓는 돌파력이 월등해 ‘경계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아자르 외에도 케빈 미랄라스(에버튼),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와 국적논란 끝에 벨기에 대표팀에 합류한 아드난 야누자이(맨유) 등이 측면공략을 호심탐탐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몸싸움과 제공권은 ‘괴물’ 로멜루 루카쿠(에버튼)가 담당한다. 190cm 94kg의 거구인 루카쿠는 ‘벨기에의 드로그바’로 불리며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스피드마저 갖추고 있어 마치 탱크가 드리브를 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폭탄머리 듀오’인 악셀 비첼(제니트)과 마루앙 펠라이니(맨유) 역시 각각 186cm,194cm의 큰 키를  활용해 제공권을 압도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공격요원들이다.

따라서 한국은 아자르와 미랄라스의 개인돌파는 물론 루카쿠와 펠라이니 등이 활약할 세트피스 수비에 전력을 다해야 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지난 평가전에서 세트피스 실점이 많았던 것을 상기시켜 21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전술훈련에서 세트피스 수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대표팀에서 베스트 일레븐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공격수 김신욱(196cm)과 수비수 곽태휘(188cm)를 벨기에전에 깜짝 투입하는 것 또한 벨기에의 제공권을 잡아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올바른 방법은 협력수비가 될 것이다. 한국의 오른쪽 측면을 맡아 아자르와 맞대결을 펼칠 이용은 아자르에 대한 수비방안으로 “워낙 개인기량이 좋기 때문에 일대일 마크로는 막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미드필더와 같이 협력수비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공격적인 역할이 강조된다면 벨기에를 상대로는 수비진의 집중력이 크게 요구된다. 역대 첫 원정 월드컵 8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해내기 위해선 16강 진출도 중요하지만 순위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무승부 이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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