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고졸선발' 하영민, 갈수록 진화하는 '무서운 루키'

8일 NC전 이어 2연속 호투, 빠른 발전속도 보여

2014-05-20     이재훈 기자

[목동=스포츠Q 이재훈 기자] 넥센의 마운드는 새 얼굴들의 등장으로 재미가 쏠쏠하다. 신인투수 하영민(20·넥센)이 그 중심이다.

하영민은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5.1이닝 4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째를 올렸다. 특히 이번 승리는 홈에서 거둔 첫 승이라 더 의미가 값졌다.

하영민은 강점인 제구력이 빛을 발했다. 특히 4회 한화 2번 타자로 출전한 한상훈을 삼진으로 잡은 낮은 인코스의 구속 137km 직구는 백미였다.

특히 이날 65개의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 37개로 57%의 비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선을 4피안타로 막아내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직구 구속이 최고 142km에 그쳤음에도 슬라이더(20개)와 체인지업(13개)을 잘 섞어던지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간간히 구사한 슬로 커브도 적재적소로 타이밍이 맞았다. 6회 1사에서 이용규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건 106km짜리 몸쪽 커브였다. 당시 이용규가 허를 찔린 듯 멈칫할 정도였다. 하영민은 비록 그 타석에서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신인답지 않은 과감함이 돋보였다.

견제 능력도 신인답지 않게 노련함이 묻어났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평소 하영민에 대해 “제구와 견제가 좋다”고 평가해왔다. 그는 이날 자신의 견제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1회 초 2사에서 안타로 출루해 1루에 있던 정근우를 견제로 잡아냈다.

실제로 하영민은 올 시즌 이닝 당 출루허용률(whip) 1.42를 기록 중이다. 대신 잔루율은 74.2%로 벤 해켄(74.0%)에 이어 넥센 선발투수 중 2위에 올라 있어 주자를 묶는데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정근우는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97 1홈런 9타점 14도루에 23볼넷을 얻어내 출루율 0.426을 기록하는 ‘출루 귀신’이었다. 특히 도루성공율 100%를 기록해 올 시즌 ‘출루하면 가장 위협적인 주자’로 꼽혀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영민에게 이번 호투는 가뭄의 단비다. 홈 첫 승을 올리는 투구인데다 8일 NC전에서 6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호투에 이어 2연속 호투로 자신감을 찾았기 때문이다.

특히 하영민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점은 겸손한 신인임과 동시에 자신의 약점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경기 후 하영민은 “오늘 목동 홈경기 첫 승이라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뒤에 나온 선배님들이 잘 막아주셔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후 “주자가 나갔을 때 나 자신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음 경기에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고졸 신인 중 데뷔 시즌 선발로 자리 잡은 투수는 2007년 류현진(27·당시 한화)가 가장 돋보였다. 올 시즌 신인급 선수들 중에서도 선발진에는 그나마 NC 이민호가 팀 내 5선발로 활약하고 있으나 그는 1군 데뷔 2년차로 고졸 신인이 선발자리를 꿰찬 건 상당히 드문 일이다.

올 시즌 무섭도록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는 하영민이 과연 앞으로도 이 면모를 유지해 나갈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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