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줌Q] BIFF 단상, 이정재 여성팬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2015-10-04     최대성 기자

[스포츠Q 최대성 기자] 2시간 가량 뙤약볕에 앉아 있었더니 비프빌리지 야외무대가 신기루처럼 일렁거렸다. 평소에 여러 악조건을 견디며 취재를 하는 기자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뜨는 가운데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여태껏 무대 앞에 앉아있는 팬들의 열정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팬들의 조건 없는 사랑에 탄복하던 그 때, 엄청난 환호성을 뚫고 한 사내가 등장했다. 훤칠한 신장과 말끔한 정장 코디로 성큼성큼 무대 위를 뛰어오른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잘생김' 배우 이정재였다.

곧이어 '팬들과의 오픈 토크(흔히 예능에서 보는 토크쇼)'가 해운대 백사장에서 시작됐다. 부산국제영화제 둘째 날 쨍쨍한 날씨만큼 가장 '핫'한 순간이었다. 팬들에게 시원한 인사를 돌리며 자리에 앉은 배우 이정재는 본격적인 토크를 위해 선글라스를 벗었다. 댄디한 겉모습과는 또 다른 선량한(?) 눈빛에 현장 여성팬들의 비명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20여분 가량 인사치레 같았던 심심한 토크가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주어졌고 한 여성팬이 용감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소심하지만 걸쭉한 부산 사투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좋아하는 배우 앞이라 그랬는지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 뺨 치는 첫 번째 질문 후 자신감을 되찾은 그녀는 한층 또렷한 목소리로 두 번째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머뭇거렸다.

여성팬: "이정재.......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귀여운 사투리로 '오빠'라는 단어가 마이크를 통해 튀어나왔고 순간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 이정재의 열혈 팬으로서 '씨'를 붙이자니 어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빠'라고 부르기엔 너무 '공식'적인 자리였던 게 아닐까? 아무튼 발랄한 부산 여성팬의 진심 어린 부탁에 배우 이정재는 흔쾌히 그녀의 오빠가 되어주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체 예산의 8배가 넘는 상하이 국제영화제, 그리고 내후년 출범하는 더 큰 규모의 칭다오 영화제와 같은 대형 영화제들이 올해 스무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K리그의 축구선수들이 돈을 쫓아 일본과 중국으로 이적하듯 더 큰 규모의 영화제에 더 큰 스타 배우들이 참석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주최측은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 방어를 위해 야심찬 행사들을 기획했지만 16억의 지원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어쩌면 조만간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인생에서 어려움이 닥칠 때 마다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초심을 잃지 말자!'

2002년 월드컵 때 뜨거웠던 붉은악마의 응원무대가 어느 누구의 지원으로 시작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히려 응원무대에 대기업이 지원을 하기 시작하면서 순수했던 응원문화는 자발적이지 못했기에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고 그 재미와 열정까지 예전만 못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여타 대형 국제영화제의 도전에 맞서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란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의 튼실한 지원과 유명 스타 배우들의 참여 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와 팬의 '자발적 교감'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그 마음으로부터 부산국제영화제는 시작되었을 것이기에 이날 떨리는 목소리로 배우 이정재 오빠와 교감에 성공한 사례들이 영화제 행사동안 많아진다면 앞으로도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